브라질의 대규모 커피농장에서는 커피나무의 묘목을 만들기 위해 작은 모래주머니에 씨앗을 두 개씩 심는다. 씨앗 두개가 서로 경쟁하면서 잘 자라기 때문이다. 몇 달 후 그 중에서 잘 자란 것 하나만 종묘로 선택한다. 그렇게 경쟁에서 이긴 원두의 커피를 우리가 마시고 있는 것이다.
경쟁은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의 하나로, 시너지 효과를 얻기도 한다. 경영사상가 톰 피터스는 ‘훌륭한 경쟁사보다 더 좋은 축복은 없다’고 말했다. 훌륭한 경쟁사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도록 해 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보기술(IT) 업계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LG전자, NHN과 다음, 한게임과 넷마블 등 수 많은 경쟁 업체들이 끊임없이 신기술을 개발하고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는 과정을 통해 세계시장에서도 통하는 경쟁력을 키우며 발전해 왔다.
그러나 지나친 경쟁은 오히려 역효과를 유발하기도 한다. 얼마 전 지방의 한 소도시에서 A텔레콤의 기지국이 훼손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알고 보니 경쟁관계에 있는 B사의 협력업체 직원이 A사 기지국에 몰래 들어가 통신신호를 안테나로 전달하는 급전선을 풀고 달아났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신호장애가 생긴 것은 물론이다. 기지국이 훼손된 A사는 관련 직원과 B사를 함께 고소했다.
협력업체 직원의 과잉충성과 양 사의 지나친 경쟁이 유발한 웃지 못 할 해프닝이다. 다행히 협력업체 직원이 혐의를 인정하고 B사의 사장이 공식적으로 사과함으로써 사건은 마무리 되었다.
사실 이동통신사의 지나친 경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마케팅 경쟁이 심하게 과열된 나머지 서로 질세라 더 많은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고 있다. 이로 인해 통신요금 상승이라는 결과를 낳아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무엇을 위한 경쟁인지 곰곰이 되짚어 봐야 할 때다.
경쟁은 잠재적인 에너지 발산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자극제이다. 따라서 경쟁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비용 경쟁보다는 아이디어 경쟁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정보통신연구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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