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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신정아'파문/ 신씨, 의도적으로 접근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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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양균-신정아'파문/ 신씨, 의도적으로 접근했나

입력
2007.09.1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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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고위 관료의 길을 걷던 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왜 23년 연하의 여성 신정아(35)씨에게 '연정'을 품게 됐을까. 도대체 언제 어떻게 만났으며, 어떤 과정을 거쳐 '부적절한 관계'로 발전했을까.

신씨는 의도적으로 예일대 경제학 석사 출신의 변 실장을 노리고 접근했던 것은 아닐까. 변 전 실장과 신씨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나면서 이 같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1998년 첫 만남

검찰은 지금까지 변 전 실장과 신씨가 주고받은 전체 메일의 절반 가량인 150통의 이메일과 편지 등으로 추정되는 '사적인 물건' 등에 대한 내용 분석 등을 통해 이들이 신씨가 동국대 교수로 임용된 2005년 9월 이전부터 만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변 전 실장과 신씨 주변 인사, 미술계 인사 등의 증언과 여러 정황 등을 종합해볼 때 두 사람은 대략 1998년께 강사와 수강생으로 처음 조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1998년 금호미술관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던 신씨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한 현대미술아카데미 강사로 잠시 활동했다.

당시 예산청 행정예산국장으로 근무하던 변 전 실장도 이 강좌의 수강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두 사람은 강사와 수강생 이상의 관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차관 시절 본격 만남

본격적인 만남은 신씨가 2003년 성곡미술관 큐레이터를 맡아 굵직굵직한 기획전을 열며 각광을 받던 때 이뤄진 것으로 미술계 인사들은 전하고 있다. 당시 신씨는 국내 대기업들의 후원을 받을 만큼 미술계에서 경력을 쌓아가며 능력을 인정받고 있던 시점이었다.

미술계 인사들은 각종 유명 미술 전시회라면 빠지지 않고 찾아가 관람했던 변 전 실장이 이때쯤 신씨가 기획한 전시회를 관람하면서 본격적으로 가까워진 것으로 안다고 전하고 있다. 변 전 실장도 청와대 자체 조사과정에서 2003년부터 신씨와 만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갈을 좋아하고 미술이 주제라면 어떤 대화라도 반기던 두 사람의 같은 취향이 두 사람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촉매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술계의 한 인사는 12일 "당시 신씨가 '여러 데이트 상대 중에는 경제 부처에서 일하는 중년 남자도 있다'고 자랑한 적이 있었다"며 "신씨는 그런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녔다"고 말했다.

당시 변 전 실장은 기획예산처 차관이었다. 신씨가 예일대 박사과정 입학 의사를 주변 인사들에게 말하고 다닌 것도 그 무렵이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신정아씨의 의도적 접근이었나

이 때문에 신씨가 변 전 실장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자신의 성공의 발판으로 삼으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신씨와 변 전 실장이 '인연'으로 엮인 것치고는 두 사람의 배경(신씨가 위조한 학력 포함)이 상당히 겹쳐 신씨의 의도적 계산이 작용했을 개연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씨는 불교 집안 출신에 미술 전문가로 화려한 조명을 받던 터였고, 변 전 실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본인을 '화가 지망생'으로 자처했을 만큼 미술 애호가였다.

그 역시 청와대 불교 신자 모임인 '청불회'회장을 맡을 정도로 독실한 불교 신자였다. 신씨가 기획예산처 차관-장관, 청와대 정책실장 등으로 승승장구하던 변 실장을 예사롭게 보아 넘겼을 리는 만무하다.

신씨의 의도적 접근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은 신씨가 변 전 실장의 석사 학위 취득 대학인 예일대를 자신의 거짓 석ㆍ박사 학위 취득 대학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학맥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신씨가 하필 변 전 실장이 졸업한 대학을 자신도 졸업했다고 뻔뻔스럽게 거짓말한 까닭을 하나의 우연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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