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미남’ 조한승의 막판 대활약으로 종반에 접어든 명인전 본선 리그가 더욱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조한승은 10일 한국기원에서 벌어진 제35기 강원랜드배 명인전 본선 리그 경기에서 박정상에 156수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에서 조한승은 초반 좌변 전투에서 대마가 잡혀서 다소 불리했지만 이후 중앙 두터움을 잘 살려서 결국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박정상은 5승4패로 본선 리그를 마감하면서 결승 진출 꿈이 깨졌고 조한승은 5승3패로 아직 한 가닥 가능성을 남겼다.
올해 명인전 본선 리그는 중반 무렵까지 이세돌 목진석 외에 김지석 김승준 박정상 등이 선두 그룹을 형성했지만 뒤의 세 사람이 차례로 탈락한 데 반해 조한승은 이세돌, 목진석에게 연이어 패점을 기록하며 잠시 주춤했으나 후반 들어 3연승을 기록하면서 리그 판도를 바꾸었다.
현재 명인전 본선 리그는 이세돌이 11일 김지석을 이겨서 7승1패를 기록, 단독 1위로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고 목진석이 6승3패로 2위에 올라 있다. 따라서 이제 명인전 본선 리그의 초점은 목진석이 단독 2위로 결승에 진출할 것이냐, 아니면 조한승과 동률 재대국을 벌이느냐로 좁혀졌다.
그래서 12일에 한국기원에서 벌어지는 조한승과 배준희의 경기가 매우 중요해졌다. 조한승이 이 경기에서 이길 경우 목진석과 같이 6승3패가 돼 동률 재대국을 벌여 결승 진출을 노릴 수 있다. 반대로 조한승이 진다면 자동적으로 이세돌과 목진석이 나란히 결승에 올라가게 된다.
따라서 목진석은 은근히 배준희를 응원해야 할 입장이다. 그런데 이 경기에서 배준희의 승리를 기대해야 하는 선수가 또 한 명 있다. 바로 이창호다. 이창호도 10일 이영구와의 마지막 경기를 이겨서 5승4패로 본선 리그를 마쳤는데 이미 결승 진출은 좌절됐지만 아직 차기 대회에서 예선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본선에 나갈 수 있는 시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차기 대회 본선 시드는 리그 성적 상위 3명에게 주어지는데 현재 이세돌과 목진석이 각각 한 장씩 확보한 상태다. 조한승이 이길 경우 당연히 조한승이 시드를 차지하게 되지만 만일 진다면 조한승 이창호 김승준 박정상 등 4명이 모두 5승4패 동률이 돼서 결국 서열에서 가장 앞선 이창호에게 시드가 돌아가게 된다.
결국 입단한 지 2년도 채 안 된 새내기 배준희의 손에 조한승은 물론 목진석과 이창호의 운명이 달린 셈이다. 프로 입문 이후 처음으로 올해 큰 무대에 올라와 많은 기대를 모았던 배준희는 그동안 본선 리그에서 8전 전패로 부진했는데 과연 조한승과의 마지막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관심을 모은다.
■ 승부의 현장
<1도> 좌변에서 백돌을 잡고 나서 박정상이 형세를 지나치게 낙관했다. 흑1이 너무 느슨한 수다. 대충 이 정도로 두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백2와 교환돼서 실리로 엄청난 손해인데다 중앙 쪽에도 큰 도움이 안 된다. 박정상도 국후 검토에서 이 수로는 그냥 7로 뛰어나가는 게 나았다고 후회했다. 게다가 백6까지 사실상 선수로 두게 되자 뜻밖에 좌하귀 백집이 엄청나게 커졌다.
<2도> 우상귀 쪽에서 한참 패싸움을 벌이다가 백△ 때 흑1로 패를 해소했지만 상변에도 백집이 크게 생겨서 이미 바둑은 백쪽으로 기울었다. 게다가 흑7이 방향 착오다. 지금이라도 8로 단수 쳐서 중앙을 연결해야 했다. 거꾸로 백8로 끊겨서 일방적으로 공격을 당하게 돼서는 거의 승부가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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