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국회로 넘어갔지만, 정작 사공이 없는 형국이다. 자칫 장기표류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11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한미FTA 비준안에 비판적인 의원들은 전날 ‘한미FTA 협정내용 실태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미국 의회의 FTA 비준 향방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정부로선 의원들의 추궁에 대해 “협상결과가 한국에 유리하게 이뤄졌다”고 공개적으로 대응하기 곤란한 상황이다. 한미FTA 비준안은 옹호해줄 여당이 실종된 상황에서 우리 국회와 미국 국회 양측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 것이다.
■ 지켜줄 세력 없는 한미FTA 비준안
국정조사 요구서에는 모두 82명의 국회의원이 서명을 했다. 특히 과거 여당 출신이 대부분인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서명참가자 중 과반이 넘는 43명을 차지했고, 당론으로 한미FTA 추진을 찬성했던 한나라당 의원도 26명이 참가해 초당적 진용을 갖추었다.
반면 한미FTA를 찬성하는 의원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정부 일각에서는 한미FTA에 우호적인 FTA포럼 참가 의원 58명을 중심으로 ‘한미FTA 조속한 비준 촉구 결의안’을 채택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나서려는 의원이 없다. FTA포럼 대표 의원인 김명자 의원측은 “비례대표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지역구 눈치를 보는 실정”이라고 털어놓았다.
■ 협상내용 검증도 산너머 산
우선 다음달 17일 시작될 국정감사기간 각 상임위에서는 해당부처를 상대로 FTA관련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정감사가 끝나는 11월4일 이후에는 국정조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국정조사요구를 주도했던 김태홍 의원측은 “한미FTA가 졸속으로 추진됐다”며 “17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까지 공언하고 있다. 이후에는 비준안 자체를 심의할 통일외교통상위원회의 청문회가 기다리고 있다.
김원웅 통외통상위원장은 “국익 수호 차원에서 꼼꼼히 협상내용을 검증할 것”이라며 “정부가 협상과 관련 위증을 하거나 숨겨놓은 이면합의가 발견된다면 관련자는 형사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미국 의회 비준 향방도 변수
한미FTA에 비판적인 민주당이 미국 의회의 다수당이 되면서 미 의회의 비준안 통과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미 의회지도부는 최근 한미FTA 처리를 페루, 파나마, 콜롬비아 등 남미국가와 FTA 이후로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우리나라 일부 의원들도 미 의회 처리 상황을 지켜보면서, 비준안을 처리하자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 같은 반응이 답답하기만 하다. 김진욱 통상교섭본부 한미FTA 협상지원팀장은 “페루와 파나마는 이미 6, 7월 국회가 FTA 비준안을 통과시켰고, 콜롬비아도 이달 중 비준안 통과가 확실시된다”며 “미측 협상 파트너가 최근 FTA에 소극적인 의회를 압박하기 위해서라도 남미국가처럼 한국 국회가 비준안을 먼저 통과시켜주기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말했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