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1일 변양균 전 청와대정책실장과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 관련 의혹을 '게이트'로 명명했다. 물론 당내 일각에선 "아직 권력 배후를 거론하기엔 좀 무리가 있다"는 신중론도 나오지만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을 권력실세가 개입된 권력비리 사건으로 몰아갈 태세를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은 12일에 당 권력비리 조사 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본격 칼을 겨눌 채비를 갖췄고,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 국정조사나 특별검사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회의에서 "신정아 게이트를 변 전 실장과 신 전 교수 사이의 개인적 인간 관계에 기인한 사건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변 전 실장은 속죄양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고도 했다.
단순한 스캔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변 전 실장 뒤에 권력 몸통이 있고, 이 몸통이 신 전 교수를 비호해 온 것이 이번 사건의 본질이라는 얘기다.
물론 아직은 정황만 있다. 한나라당 측은 초기 청와대의 변 전 실장 감싸기식 대응과 소극적 검찰 수사 등은 권력 몸통을 상정하지 않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한다.
"아무리 장관, 정책실장이라 해도 사립학교 교수 임용까지 개입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한다. 그래서 "변 전 실장은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았다"는 게 한나라당 측 생각이다.
그렇다며 그 몸통은 누굴까. 한나라당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이 대목이다. 한 중진 의원은 "이번 사건은 권력 친ㆍ인척의 비리"라고 단언했다. 권력 핵심부 친ㆍ인척이 연관돼 있다는 것이다.
이 핵심 인사가 불교계를 통해 신 전 교수와 인연을 맺었고 이후 상당한 친분 관계를 유지해 왔다는 구체적인 얘기들도 나오기 시작했다. 이 사람이 변 전 실장을 창구로 해 신 전 교수를 비호해 왔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이해찬 전 총리 배후 의혹도 제기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변 실장은 이 정부 들어 기획예산처 장관,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승승 장구했고, 여기에는 이 전 총리가 한 몫 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며 "신씨 의혹이 변 전 실장만의 비호에 의해 이뤄졌다고 보기에는 어딘지 허술하다"고 주장했다. 권력 핵심부와 이 전 총리와의 관계 등 각종 설도 한나라당 안팎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이 전 총리 측은 펄쩍 뛴다. "근거 없는 음해성 주장일 뿐"이라며 "한나라당의 무책임한 '아니면 말고'식 무책임 의혹 제기병이 다시 도졌다"고 비난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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