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8월 일자리 수가 예상을 뒤엎고 전월 대비 4,000개 줄었다는 노동부 발표에 따른 ‘고용쇼크’ 이후 경기침체 우려가 금리인하 기대감을 높이면서 미 재무부 채권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달러가 약세를 타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금융시장에 먼저 반영되고 있는 셈이다.
10일 오후 4시 현재 뉴욕 채권시장에서 국채인 10년 만기 재무부채권 수익률은 전 거래일 대비 0.06% 포인트 가까이 하락(가격 상승)한 4.33%를 나타냈다. 금리 정책에 민감한 2년물 재무부증권 수익률 역시 0.06% 하락한 3.85%를 나타내 2005년 9월 이후 2년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채권금리는 이후 아시아 시장에서 금리인하 폭이 채권시장 기대치인 0.5% 포인트 대신 0.25%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다소 반등했으나, 당분간 ‘안전자산 회귀’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채권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채권시장의 강세는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관계자들의 잇단 경기 우려 및 금리인하 시사에 따른 것.
FRB 내에서 벤 버냉키 의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프레드릭 미시킨 이사는 “중요한 경기둔화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주택가격 하락과 신용경색에 따른 가계 소비 및 기업 지출의 감소는 18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하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재닛 옐런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도 “미국 경제가 신용 및 주택 시장의 동요로 심각한 하강 압력을 받고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데니스 록하트 애틀란타 FRB 총재 등은 여전히 “8월 고용지표 부진을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최근 인플레 하락에도 불구하고 FRB가 아직 인플레에 승리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는 등 시장의 일방적 ‘쏠림’을 저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금리인하 기대감은 채권시장을 넘어 외환시장까지 장악하면서 11일 도쿄 외환시장의 오후장 초반 현재 엔.달러 환율은 전날 뉴욕 종가보다 0.1엔 하락한 113.61엔을 기록하는 등 달러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블루칩 이코노믹 인티케이터’의 조사 결과를 인용, “이코노미스트들은 향후 12개월 안에 미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을 3분의 1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8월 조사 때의 4분의1 수준에서 크게 높아진 것이다.
‘고용쇼크’ 이전에 실시된 이번 조사에서 50명의 민간 이코노미스트들은 “FRB가 18일 FOMC에서 최소 0.25% 포인트 금리를 인하한 뒤 다음달 30∼31일 열리는 FOMC에서도 추가로 금리를 내려 연방기금금리(FFR)이 지금보다 최소 0.5% 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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