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병이나 재난을 만나게 되는 법이야, 유비무환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피는 돈 나무(木)고 보험이야."(위화(余華)의 소설 <허삼관 매혈기> 중에서) 허삼관>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중국에서 보험은 생소하다 못해 전무했다. 1인 당 보험료를 뜻하는 보험밀도는 거의 0위안에 머물다 96년부터 통계에 잡히기 시작했다. 소설 속 주인공처럼 자식이 다치거나 천재지변을 만났을 때 주저 없이 자신의 피를 팔아(賣血) 변통했으니, '매혈=보험'이라는 인식이 그다지 틀린 것도 아니다.
허나 세상이 변하면 인생살이도 변하는 법. 먹고 살기 빠듯했던 중국 인민이 최근 경제성장의 과실을 향유하면서 보험이라는 안전장치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중국 정부도 북경올림픽(2008년) 개최를 앞두고 보험제도 마련에 열심이다. 오성홍기(五星紅旗)의 나라가 보험의 '블루오션'(Blue Ocean)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중국 보험시장의 지각변동은 자동차보험과 상해보험(상업건강보험)이 주도할 전망이다. 교통관련강제보험(의무보험)이 지난해 7월 1일 시행됐고, 노동계약법은 내년 1월 시행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내 차량이 1억대(이륜차 포함)에 매년 20% 이상 급증 추세라 강제보험(보험료 136달러)만 가입해도 지난해 중국 전체 평균 보험밀도(50달러)를 훌쩍 뛰어넘는다. 노동계약법 시행은 근로자의 복리후생 요구조건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올 상반기 중국 손해보험시장의 높은 성장률(37%)은 자동차판매 급증 탓이다. 더구나 다음 사례(소프트업체 AIT가 현대해상 중국법인에 상해보험 가입)를 보면 장삿속 밝은 왕 서방이 주판알을 튕겨봐도 상해보험 가입이 남는 장사라는 계산이 나온다.
예컨대 회사원 A가 근무 중 다쳐 입원했다. 총 의료비는 3만8,000위안. 강제보험인 사회의료보험에서 보장해주는 액수는 2만6,900위안, 나머지(1만1,100위안)는 A의 몫이다.
그러나 다행히 회사가 상해보험에 가입해 A는 5,880위안만 부담한다. 현대해상 중국법인 관계자는 "추가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중국 기업들의 (상해보험 관련) 문의와 가입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현실은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베이징대 중국 보험 및 사회보장 연구센터는 중국 보험시장이 2020년까지 최고 연 17.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웨이(鄭偉) 베이징대 보험학과 교수는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7~9%를 유지한다면 중국 보험업 성장률은 연 9.5~17.6%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중국의 수입보험료(매출) 규모도 전년에 비해 14.4% 성장했다. 국내 보험업계가 포화상태에 이른 한반도를 넘어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대륙 진출을 꿈꾸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 내 외국계 보험사가 현재 41개로 늘어난 만큼 하루라도 빨리 깃발을 꽂으려는 움직임도 부산하다. 현대해상은 이 달초 언론노출이 뜸한 정몽윤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베이징에 100% 출자한 현지법인 출범식을 대대적으로 열었다.
상하이에 현지법인을 둔 삼성화재도 베이징에 지점을 열어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LIG손해보험은 난징(南京)에 현지법인을, 동부화재는 상하이 보험중개법인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이들은 국내 진출기업과 해외투자법인 등의 기업보험 위주로 영업을 하고 있지만, 곧 현지인을 상대로 다른 보험에도 뛰어들 태세다.
중국정부는 아직 덩치가 큰 자동차 의무보험을 자국회사에게만 개방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해상 관계자는 "중국 보험사와의 업무제휴를 통해 내년 상반기에는 자동차보험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베이징=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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