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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회장 항소심 선고… "회장님=집행유예, 그럴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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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회장 항소심 선고… "회장님=집행유예, 그럴줄 알았어"

입력
2007.09.12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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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55) 한화그룹 회장은 1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집행유예가 결정되자 세간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담담한 표정으로 법정을 빠져나갔다. 김 회장은 선고 직후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모르겠다”며 입을 다물었고, 20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어떻게 이행하겠냐는 질문에도 말을 아낀 채 기다리고 있던 병원 구급차에 몸을 실었다.

▦세간의 시선 의식, 자숙하는 모습

구속집행 정지로 서울대병원에 입원 중인 김 회장은 이날도 지난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환자복 차림에 휠체어를 타고 무표정한 얼굴로 재판정에 나타났다. 법원 직원들의 부축을 받아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김 회장은 재판부가 선고에 앞서 “건강이 좋아졌느냐”고 묻자 “네”라고 짧게 답했으며, 재판부가 다시 “일어서서 선고를 들을 수 있겠느냐”고 묻자 혼자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등 부쩍 건강해진 모습이었다.

김 회장은 재판부가 판결문을 낭독하는 동안 차분하게 법대를 바라보며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고, 애타게 바라던 집행유예가 선고된 후에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수사와 1심 재판과정에서 제스처를 써가며 상황을 설명하는 등 튀는 언행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은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재판부, “계획된 범행 아냐”

항소심 재판부가 김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이 사건이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이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이는 “피해자(술집 종업원)들의 거짓말 때문에 우발적으로 일어난 단순폭행 사건으로 볼 수 없다”던 1심 재판부의 판단과 배치되는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 회장이 자신의 아들을 때린 가해자를 찾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가해자를 자처하고 나서자 격분해 사건이 커졌지만 정작 실제 가해자를 찾아낸 뒤에는 그리 심한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발적 범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또 범행과정에서 폭력배가 동원됐지만 이들이 실제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으며, “상대방인 술집 종업원들이 조폭과 연계됐을 가능성에 대비했다”는 변호인측 주장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이밖에 “피고인이 작은 아들이 술집 종업원들의 집단폭행으로 상처를 입은 것을 보고 아버지로서 부정(父情)이 앞서 사리 분별력을 잃고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는 점도 인정했다.

▦재벌 ‘솜방망이’ 처벌에 곱지않은 여론

한편 이날 항소심 판결을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원이 재벌 총수들의 비행에만 유독 선처를 베푸는 것은 사법질서의 근간인 법 적용의 형평성을 무너뜨리는 일”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항소심에서 1심 때와 같이 모든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됐는데도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2월 사법 사상 최초로 전국 형사항소심 재판장 회의를 열어 “사실관계가 크게 달라지거나 새로운 증거가 제출된 경우, 법리적용이 잘못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1심의 양형 판단을 존중한다”는 원칙을 정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약속은 배임, 횡령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6일 집행유예로 풀려난 데 이어, 김 회장마저 집행유예가 선고되면서 공염불이 됐다는 지적이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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