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슈퍼 이글스’의 후예들이 전세계 축구 샛별들 가운데 우뚝 섰다.
나이지리아의 수문장 올라델르 아지보예는 스페인의 3번째 승부차기 키커의 슛을 막은 뒤 곧바로 벤치로 달려갔다. 승리의 기쁨을 예미 텔라(54) 감독과 가장 먼저 나눠야 했기 때문이다.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한국 땅을 밟은 투혼을 보인 자신의 스승에게,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우승컵을 안겨준 데 대한 바꿀 수 없는 기쁨이었을 것이다.
나이지리아가 안방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청소년월드컵(U-17)의 최종 승자가 됐다. 나이지리아는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3-0으로 이겨 대망의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85년과 93년에 이어 통산 3번째 패권을 차지한 나이지리아는 브라질과 역대 최다 우승국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나이지리아의 매컬리 크리산투스는 이번 대회 7골(3도움)로 골든슈(득점왕)를 차지했다. 대회 MVP는 5골5도움을 기록한 독일의 토니 크루스가 차지했다.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아 힘겨운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나이지리아의 텔라 감독은 이번 대회 한 번도 패하지 않는 완벽한 지도력을 보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유럽과 아프리카의 자존심 싸움답게 팽팽한 접전이었다. 결승전까지 6경기 16골을 뽑아낸 나이지리아도 스페인의 촘촘한 수비는 좀처럼 뚫지 못했다.
비록 골은 터지지 않았지만 결승까지 올라온 양팀답게 묘기 백출의 명승부였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연장 전반 14분에 나온 ‘하프라인 슛’. 나이지리아의 킹슬리 우도는 스페인 골키퍼가 전진한 것을 확인하고 하프라인 근처에서 배짱 좋게 장거리슛을 시도했다.
볼은 후퇴하는 데 기아 골키퍼의 키를 넘어 골문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 했으나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 나왔다. 경기장을 메운 3만여 관중들은 좀처럼 보기 드문 명장면에 탄성을 내질렀다.
결국 승부는 연장을 너머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나이지리아 키커들은 이상할 정도로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3번 키커까지 모두 대포알 같은 강슛으로 스페인의 기를 죽게 했다. 250명이 넘는 나이지리아 응원단은 승부차기가 성공될 때마다 열광적인 환호성을 지르며 화답했다. 나이지리아의 아지보예는 스페인 키커 2명의 슛을 모두 막아내는 귀신 같은 선방을 보이며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한편 독일은 3ㆍ4위전에서 후반 인저리타임에 터진 알렉산더 에스바인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독일은 지난 1985년 1회 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 청소년월드컵(U-17)에서 가장 좋은 성적(3위)으로 대회를 마감했다.
김기범 기자 kik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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