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윤(43)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소개로 정상곤(53ㆍ구속)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1억원을 건넨 한림토건 대표 김상진(42)씨의 전방위 정ㆍ관계 로비 행각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김씨가 2,650억원의 대출을 일으키며 야심차게 추진한 문제의 연산동 재건축 사업과 관련, 관할 연제구청장에게 거액의 뇌물을 줬다 돌려받은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어느 정도 로비 실체를 규명해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위준 연제구청장은 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토요일이었던 6월30일 김씨와 연산동의 한 일식집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헤어질 때 김씨가 검은 색 여행용 가방을 건넸다"며 "내가 뿌리쳤으나 김씨가 가방을 내려놓고 급히 떠나 버렸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가방을 열어보지는 않았으나 현금이라고 생각했고, 무게로 볼 때 거액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김씨와 연락이 안돼 이틀 뒤인 7월2일 김씨를 구청장실로 불러 가방을 돌려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5월초 김씨가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지역 새마을금고 고위 인사의 소개로 김씨를 구청장실 등에서 두차례 만나 재건축 사업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며 "돈 가방을 받은 당일에 식사를 함께 하긴 했으나 사업 이야기나 청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연제구청은 이 청장이 김씨와 만나 돈 가방을 받기 직전인 6월29일 김씨 소유의 ㈜일건이 연산동에 1,503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짓겠다며 부산시에 낸 지구단위계획안에 대한 검토 의견을 제시했다.
당시 연제구는 ㈜일건이 신청한 용적률 291.85%를 285%, 층수 제한은 평균 37층에서 평균 35층으로 소폭 조정하는 수준을 제시했다.
검찰은 김씨가 구청장 로비를 시도한 점으로 볼 때 관련 공무원들은 물론 재건축 사업 승인권을 갖고 있는 부산시에 대한 로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련자 소환 조사를 검토 중이다.
검찰은 또 부산지방국세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씨가 지방청장에게 1억원을 준 점으로 미뤄 세무조사 담당 부서 등에 대한 로비를 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전 청장은 김씨에게서 받은 1억원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김씨의 정치권 인사에 대한 로비는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을 통해 정 전 청장을 소개받은 정도 밖에 없다. 그러나 김씨와 형(44)이 평소 정치권 인사들과 친분을 유지한 점 때문에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 7월 연산동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면서 한나라당 K의원을 만나 "팬클럽 회원인데 후원을 하고 싶다"며 개인 최대 후원금인 500만원을 냈다.
김씨의 형은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3명에게 민원을 한 적이 있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는 또 정 전 비서관 등 부산지역 유력 인사들이 참여하는 모임에 가입한 유일한 기업인이기도 했다.
김씨는 평소 "청와대 인사를 잘 안다", "재개발 문제도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에 따라서는 예상 외의 인물이 튀어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부산=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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