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가 중국 지안(集安) 일대의 국내성에서 평양성으로 천도(AD 427)한 이후의 왕릉을 포함해 고구려 28대 왕의 왕릉이 모두 압록강 이북 중국영토 안에 있다는 중국학자들의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고구려왕릉은 모두 중국에 있으므로 고구려사는 중국사다’ 라는 결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지린성사회과학원 부원장 장푸여우(張福有), 지안시박물관 연구원 쑨런제(孫仁杰), 츠융(遲勇) 등은 지린성 사회과학원이 발간하는 <동북사지(東北史地)> 최신호(7,8월호)에 발표한 논문 ‘고구려왕릉통고’ 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동북사지(東北史地)>
논문은 고구려왕릉의 소재지, 규모, 구조와 형태, 기와의 유무 등을 현존하는 무덤을 일대일로 비정(比定)하는 방식으로 논거를 제시하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고구려가 평양성으로 천도한 20대 장수왕부터 27대 영류왕까지 평양에서 죽은 8명의 왕릉(28대 보장왕은 당에서 사망)이 모두 지안 일대에 있다는 대목이다.
장수왕이 천도 전 국내성 부근 장군무덤에 왕릉을 마련했다는 학설은 이미 제기된 바 있지만, 논문은 더 나아가 평양에서 집권한 문자명왕, 안장왕, 안원왕, 양원왕, 평원왕, 영양왕, 영류왕의 무덤이 현재 지안 소재 우산(禹山) 아래 무덤떼와 인근 5개의 고분군인 오회분(五盔墳)의 무덤들과 일치한다는 주장을 편다.
논문은 평양 천도이후의 고구려왕릉의 특징으로 석실의 규모가 당대에서 가장 크고, 최고 수준의 벽화와 용이 있어야 한다는 점 등 7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수준높은 벽화와 천정에 황룡이 그려져 있는 우산 오회분 5호는 영류왕릉이며 무덤무지(봉분)의 규모가 큰 우산 아래 무덤떼 2115호, 오회분 1호, 오회분 2호 등이 각각 문자명왕, 안장왕, 안원왕릉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길수 서경대 교수(경제학과) 교수는 14일 배재대에서 열리는 고구려연구회의 제46차 학술발표회에서 평양 일대의 무덤군을 준거로 이 논문을 비판할 예정이다.
그는 ▦강서큰무덤, 강서중무덤, 평양 호남리 사신무덤 등도 석실이 당대에서 가장 크고 전형적이라는 점 ▦ 강서큰무덤, 강서중무덤 등에서도 수준 높은 벽화가 나온 점 등을 들어 이들이 고구려왕릉, 특히 평양천도 이후 고구려왕릉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서 교수는 “장푸여우가 주도하는 중국연구팀은 한국어를 몰라 선행연구를 검토할 능력이 없었을 것이며, 설령 알고 있었다 해도 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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