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의 거짓말에 놀아난 꼴이 된 청와대는 10일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는 그간 변 실장 관련 의혹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는 뒤로한 채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부터 하면서, 언론의 의혹제기를 기자실 통폐합 문제를 둘러싼 청와대와의 갈등 탓으로 돌리는 데 급급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변 실장에 대해 조사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었다.
물론 개인적인 문제이기에 실체적 진실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점도 있다. 문제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 청와대의 태도다. 검찰에서 이미 이 사건을 조사 중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당연히 청와대도 자체 조사를 진행하거나 검찰의 수사진행 사항을 면밀히 체크 했어야 했다. 그러면서 언론에 순차적인 대응을 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 관계자들은 의혹을 부인만 했다.
노 대통령이 아무런 보고 받지 않은 상태에서 “깜이 안 된다”는 발언을 했을 리는 없다. 변 실장으로부터 자신이 결백하다는 해명을 들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결국 청와대의 점검시스템을 작동 시키지 않은 채 변 실장의 말만 믿었다가 망신을 당한 셈이다. 언론 을 통해 의혹이 연일 확대됐지만, 주무 부서인 민정수석실이 무슨 조사를 했는지 의문이다. 하긴 대통령이 “깜이 안 된다”고 한 마당에 민정수석실이 적극적인 조사를 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여러 정황을 종합할 때 청와대가 사실관계를 파악한 상태에서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진실에 접근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직무유기를 한 것은 분명하다. 자체 점검시스템에 심각한 구멍이 뚫려 있음도 드러났다.
청와대는 그간의 각종 권력형 스캔들 의혹이 대부분 실체 없는 것으로 마무리됐기 이번 의혹에 대해서도 상당한 자신감을 내보였지만, 낭패를 보고 말았다. 향후 검찰 수사에서 변 실장에 그치지 않고, 신씨에 대한 권력 배후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권의 도덕성에 치명적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어 청와대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