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제작한 동영상을 쉽게 인터넷에 올릴 수 있게 되면서 미국 소비자들이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방법도 ‘동영상 시대’로 들어섰다.
마이클 위트포드는 최근 자신이 구입한 애플사의 노트북 컴퓨터를 큰 망치로 ‘박살내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어 소비자 보호 웹사이트인 ‘컨슈머리스트닷컴(consumerist.com)’에 올렸다.
위트포드는 새로 산 컴퓨터가 채 6개월이 지나지 않아 고장이 나 항의를 했지만 애플사가 무료로 컴퓨터를 수리해주지 않자 이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애플사 직원이 그를 찾아와 사과를 하면서 1,700달러짜리 신제품 노트북을 안겨주고 갔다.
올해 초여름에 델타 항공사를 이용하려 했던 로버트 매키는 7시간 동안이나 비행기가 연체됐는데도 델타측이 음식 제공을 하지 않자 비행기를 기다리다 지친 승객들의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현장에서 바로 인터넷에 올렸다.
델타측은 결국 승객들에게 보너스 탑승 마일리지와 함께 200달러씩의 위로금까지 지급한 뒤에야 사태를 수습할 수 있었다.
미국 소비자들이 인터넷으로 몰리는 이유는 불만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내놓고 무작정 기다려야 했던 과거와는 달리 동영상 고발은 그 효과가 신속하고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법은 소비자들에게는 스스로를 보호하는 효과적인 무기이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동영상 하나로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상품의 사소한 하자가 부풀려져 인터넷에 동영상으로 떠돌아 다녀도 기업은 인터넷의 막강한 영향력에 밀려 일단 수습하고 볼 수밖에 없다”는 볼멘 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상품 불만에 대한 동영상 고발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컨슈머리스트닷컴’ ‘엑스포TV닷컴’ 등 소비자 보호 전문사이트 뿐만 아니라 일반적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도 이러한 고발에 이용되고 있다.
이 같은 사이트 운영자들은 동영상의 남발을 경계하면서 “동영상 고발은 다른 모든 방법을 써본 후에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하고 상품 불만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