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 상품 개방시기를 앞당긴 수정 양허안을 EU측에 전달하면서 협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관심은 역시 최대 쟁점인 자동차. 양측 모두 쉽사리 양보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1주일 뒤 열리는 3차 협상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정부 관계자는 9일 “2차 협상에서 약속한 대로 상품 양허안 수정안을 만들어 전달했다”고 말했다. EU는 우리측 개방 수준이 너무 낮아 협상을 진행하기 어렵다며 3차 협상 전에 수정안을 내줄 것을 요청했었다.
정부 관계자는 “자동차 등 개별 품목에 대한 사항은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FTA 협상의 전체적인 그림을 감안할 경우 자동차 역시 당초 ‘7년 내 관세 철폐’에서 2년 정도 앞당겼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자동차 시장 개방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은 팽팽하다. 2차 협상에서 교환한 양측의 관세 철폐기간은 공교롭게도 모두 7년. EU는 한미 FTA를 의식, 한국 자동차 시장 개방에 전력을 쏟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EU는 우리나라에 모두 2만3,769대의 자동차(승용차 기준)를 팔아 수입차 시장에서 58.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미국은 4,556대(11.2%)에 그쳤다.
하지만 한미 FTA가 발효되면 안심할 수 없다. 8%의 수입관세가 없어지고, 특소세는 10%에서 8%(3년 후 5%)로 낮아진다. 여기에 취ㆍ등록세 부담까지 줄면 최대 15% 안팎의 가격인하 효과가 예상된다.
때문에 EU 자동차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한국과 FTA를 조속히 체결해야 한다며 EU 집행부를 압박해 왔다. EU가 2차 협상에서 한미 FTA와 비슷한 수준의 자동차 시장 개방을 요구한 것도 이런 부담 때문이다.
EU는 우리측 조기 개방을 요구하면서도 자신들의 개방 시기는 보수적으로 잡고 있다. EU 수입 관세(10%)가 미국(2.5%)보다 월등히 높아 7년간 단계적으로 철폐하더라도 한국 자동차가 얻는 관세인하 규모는 상당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우리측의 방어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최대 수혜업종으로 꼽히는 자동차지만, 수출의 경우 실제로는 동유럽 등 현지 생산 증가 탓에 악착 같이 협상하지 않고서는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는 “FTA 발효 예상시점인 2009년이면 현지 생산 규모가 60만대에 달해 수출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입 관세 철폐에 따른 국내 시장 잠식 문제도 미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EU산 자동차는 미국산에 비해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똑 같이 관세가 없어질 경우 시장확대 속도가 훨씬 빠를 전망이다. 올들어 수입차 점유율이 월간 기준 사상 처음 5%를 돌파하는 등 급성장세에 있는데, 유럽 차의 공세는 시장을 폭발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17~2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한ㆍEU FTA 3차 협상에서 우리측 수정 양허안을 무기로 EU측의 자동차 관세 장벽을 낮추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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