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지구온난화 대책 등에 합의하고 9일 폐막했다.
회의에서 정상들은 각국이 에너지 집적도 25% 감축과 대대적인 숲 복원 등을 골자로 한 ‘시드니 선언’을 채택하는 데 합의했으나 실효성이 없는 선언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고 이외에 별다른 성과가 없어 세계적인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 실패했다.
APEC 정상들은 8일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시드니 선언’ 초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APEC 회원국들은 호주와 미국이 제안한대로 우선 2030년까지 ‘에너지 집적도’를 25% 감축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게 됐다. 에너지 집적도란 국내총생산(GDP) 1,000달러 생산을 위해 투입되는 에너지의 양으로 ‘에너지원단위’로도 불린다.
이 선언은 또 2020년까지 역내에서 적어도 2,000만ha의 숲을 복원하기 위해 재원을 늘릴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환경 전문가들과 회의장 밖 3,000여명의 시위대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가 구체적으로 설정되지 않아 실질적인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1개국 정상들은 지연되고 있는 세계 자유무역협상의 재개를 촉구하기도 했지만 회담은 거의 아무런 성과도 남기지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라고 AFP 통신은 보도했다. APEC 회담의 경제 자문위원인 로베르토 로물로 전 필리핀 외무장관은 “회담이 기대 이하의 성과를 거두는 것은 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회담의 의장을 맡아 연말 총선을 앞두고 이라크전 때문에 바닥으로 떨어진 인기를 회복하려 했던 존 하워드 총리의 의도도 실패로 돌아갔다. 오히려 여론조사 지지도에서 하워드 총리를 계속 앞서고 있는 케빈 러드(49) 노동당 대표가 유창한 중국어로 회담에 참석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매료시켜 화제가 됐다.
러드 대표는 베이징에서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겪었던 일화를 거침없는 중국어로 털어놓았고, 감탄한 후 주석은 7일 그와 30분 동안 단독 면담을 했다. 중국 기자들로부터 “중국어를 잘 하는 최초의 외국 지도자가 될 것”이라는 칭찬까지 들었다.
하워드 총리보다 러드 대표가 더 조명을 받자 알렉산더 다우너 외무장관은 “외무부에 들어오면 누구나 외국어 코스를 거친다”면서 “나는 프랑스어를 2개월 만에 마스터했으나 러드 대표는 중국어 반에서 2년 동안이나 중국어와 씨름했다”고 폄하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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