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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여백의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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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책] 여백의 예술

입력
2007.09.11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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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 / 현대문학"無限感과 사귀어야" … 글맛 깊은 예술론

미술판에 경매 바람이 불고 있단다. 미술시장 왜곡, 예술품 투기가 걱정되는 열풍이다. 한 신생 옥션의 경매에서 낙찰가 1위를 기록했고 최근 몇 달 사이에 작품가격이 3배나 뛰는 등 그 열풍의 한가운데 있는 화가 이우환(71)은 베니스에서 이 소식을 듣고 “그 사람들은 투기가 목적이지 진짜 내 그림을 사랑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한국에서는 작품 전시도 판매도 하지 않겠다고 일갈했다 한다.

2002년 9월 이우환이 자신의 책 <여백의 예술> 국내 출간시 방한했을 때 인터뷰한 적이 있다. 평소 그의 작품을 좋아하기도 했지만, 현대 예술에 대한 철학적 입장과 스스로의 작업에 대한 철저한 논리를 정연하게 이야기하면서 한편으로는 밀항선을 타고 한국을 떠난 후 50여년간 일본과 유럽의 타방을 떠돌아온 중간자(中間子)로서의 삶을 담담하게 돌이키는 그를 보며, 대가는 다르다, 하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여백의 예술> 을 읽으면서 그 느낌은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커다란 캔버스에 붓으로 점 하나 턱 찍어놓은 듯한, 혹은 돌멩이와 철판을 그냥 전시장에 갖다놓은 듯한 이우환의 작품이 내뿜던 힘이 어디서 연유하는지, 그의 글은 알게 했다.

이 책은 그가 1967년 이후 신문 잡지 도록 등에 쓴 짧은 글들의 모음이다. 세계와 예술의 의미, 동업의 미술가들는 물론 절친한 문인들에 대한 작가ㆍ작품론, 동ㆍ서양 문화에 대한 생각 등을 기품있는 문장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는 무한감이 감도는 작품을 좋아한다. 무한이란 자기에서 출발하여 자기 이외의 것과 관련을 맺을 때 나타나는 어떤 것을 가리킨다.” “예술작품에 있어서의 여백이란, 자기와 타자와의 만남에 의해 열리는 앙양된 공간을 말한다.” 이우환 예술론의 핵심인 ‘무한’과 ‘여백’의 개념이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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