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의원이 ‘저격수 본색’을 드러냈다.
6, 7일 잇달아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에서 유 의원은 특유의 독설 공격력을 가감 없이 발휘했다. ‘둥글게 유시민’을 모토로 한동안 몸 낮추기 행보를 하더니 본경선에 안착하자마자 싸움닭 모드로 전환한 것이다.
유 의원은 6일 TV 토론을 시작하자 마자 “좀 다투어야 보는 맛이 있으니 조금 해 보겠다”며 저격수 귀환을 선언했다. 이어 손학규 전 경기지사를 향해선 “한나라당에서 지지율이 안 나오니 만만하게 보고 여기 온 게 아니냐”, “손 전 지사는 이명박 후보를 못 이긴다는 게 문제다.
이길 수만 있다면 제가 그 캠프로 가겠다” 등 ‘한나라당 3등 출신’이라는 약점을 아프게 건드렸다.
정 전 의장에 대해선 “참여정부가 가끔 와서 곶감 빼 먹는 곶감 항아리냐”, “손 전 지사를 오라고 해 놓고 대변인 내세워 ‘한나라당 DNA’ 운운하는 식으로 정치하면 국민이 화 낸다”며 ‘의리 없는 정치인’으로 몰아 세웠다.
‘방송의 달인’으로 불리는 정 전 의장이 “말로 어떻게 유 의원을 이기겠느냐”고 손을 들 정도로 매서운 공격이었다.
유 의원은 정치적 스승인 이해찬 전 총리가 주장하는 친노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도 “나는 대통령이 되려고 출마한 것”이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7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조훈현 국수(國手)와 이창호 9단에 비유하며 “일단 예비경선에선 졌다”고 야심을 드러냈다.
7일 광주 합동토론회장에서도 유 의원은 자신의 입에 쏠린 ‘기대’ 저버리지 않았다. 그는 “손 전 지사의 야당 시절 발언을 자꾸 거론하는데 야당 대변인은 원래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다.
정 전 의장도 야당 때 심한 소리 많이 하지 않았느냐”, “손 전 지사가 남북정상회담을 노무현 대통령 공격 소재로 삼는데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모기 잡는데 대포 써선 안 된다” 등 거침 없는 화법으로 토론회장을 휘어 잡았다.
유 의원의 독설은 거침 없으면서도 나름의 논리가 있어 위협적이다. “사람은 역시 개과천선 하기가 쉽지 않다”(정 전 의장측 노웅래 대변인),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토론에 활력을 주었다고 1등한 건 아니다”(손 전 지사측 우상호 대변인) 등 경계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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