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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 새 길을 찾는다] <5> 동네잔치 한국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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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 새 길을 찾는다] <5> 동네잔치 한국 축제

입력
2007.09.11 0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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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이 열린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하이스트리트. 전통의 관광 명소인 에든버러 성이나 칼톤 힐보다 많은 인파와 곳곳에서 펼쳐지는 이색 퍼포먼스로 도심 곳곳이 시끌벅적하다.

펍과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골목길은 공연 포스터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학교와 클럽, 교회 공공장소 어디든 임시 공연장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온 도시가 축제의 물결이다.

인구 45만명의 도시 에든버러는 매년 8월이면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250만명의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연중 영화, 책, 과학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축제가 열리지만, 8개의 페스티벌이 집중돼 있는 8월엔 그야말로 축제의 도시가 된다.

그 중에서도 일등공신이 프린지 페스티벌. 1947년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에 초청받지 못한 8개 극단이 만든 행사인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이후 매년 꾸준히 성장해 올해는 2,050개 공연 단체가 참가하는, 기네스북이 기록한 세계에서 가장 큰 축제다. 이 행사를 위해 에든버러를 찾는 관광객만 150만명에 이른다.

에든버러 여름축제가 가져오는 경제적 효과는 1억 3,500만 파운드(약 2,544억원), 그 중 프린지 페스티벌의 효과는 절반이 넘는 7,500만 파운드(1,413억원)다.

스페인 부뇰(토마토 축제), 스위스 샤토데(열기구축제) 등도 인구 수천명에 불과하고 특별한 관광자원도 없는 곳이지만 매년 수만 여명의 외국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세계적인 지역축제는 지역경제 뿐 아니라 국가의 관광산업을 살리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여행마니아인 김영숙(32)씨는 “해외 여행을 나가 축제를 즐기다 보면 우리나라에는 왜 저런 축제 하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흰 천막만 늘어선 똑 같은 축제장, 비슷한 체험 프로그램에 어딜 가나 ‘팔도 먹거리 장터’이니 그런 축제엔 갈 마음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지방축제는 모두 1,176개. 이중 64.8%가 96년 이후 시작됐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각 지자체에서 사활을 걸고 축제를 기획했기 때문이다.

급하게 개발된 ‘관변축제’이다 보니 상당수가 본래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붕어빵 축제, 예산낭비축제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성공 이후 전국에 20여 개의 영화제가 생겨났다. 축제 베끼기는 영화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성웅이순신축제, 한산대첩축제 등 이순신 장군을 소재로 한 축제는 9개에 이르고, 쌀과 도자기를 소재로 한 축제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다.

한 겨울의 화천산천어축제가 성공하자 인근에서 비슷한 열목어축제, 한탄강메기축제, 메기얼음낚시축제, 송어잡이 얼음낚시 등을 추진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관이 주도가 되고 남의 것을 베껴 억지 축제를 양산하다 보니 우리의 축제는 관광효과 없는 ‘동네잔치’에 머물고 말았다. 몇몇 축제들이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해외 홍보에 나서고 있지만 그나마 머드축제가 3만명 내외의 외국인을 유치할 뿐 나머지는 걸음마 수준이다.

축제 방문객 수에서 외국인의 비중은 1995년 6%였던 것이 계속 감소, 2001년부터는 1% 내외에서 유지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세계적인 축제 육성을 위해서 집중과 선택을 통한 정부차원의 해외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축제 자체의 질을 높이는 게 우선이다.

영국 에든버러 축제의 성공 비결은 민간이 주도가 된 자연스러움이다. 프린지축제 사무국의 존 모건 총감독은 “사무국이 하는 일은 아티스트와 관객이 자발적으로 오고 싶은 축제가 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국내도 관이 아닌 지역 주민이 주도한 축제들이 이름값을 높이고 있다.

세종대 관광대학원 김형곤 교수는 “축제를 단순히 외화벌이 상품 개발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제대로 된 축제를 만들어낼 수 없다”며 “축제 성공의 기본은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축제장을 달굴 그들의 신명”이라고 말했다.

에든버러(영국)=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 함평 나비축제·화천 산천어축제 성공적

지난 5월 전남 함평에 12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갔다. 4만 명이 채 안되는 함평 군민은 올해로 9번째인 함평나비축제를 찾은 30배가 넘는 손님들을 맞느라 분주했지만 신이 났다.

이석형 함평군수는 공장도 관광자원도 없는 함평에서 뭘 팔아먹을까 고민하다 문득 나비가 떠올랐다고 했다.

함평이 유독 나비가 많은 고장은 아니었지만, 그 어느 곳도 나비를 브랜드화 한 곳은 없어 나비를 통한 청정의 이미지를 선점한 것. 그는 당시로서는 생소했던 생태체험 위주의 축제를 기획했고, 축제는 기대를 뛰어넘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매년 커가는 축제를 통해 함평은 청정 무공해의 이미지를 얻었고, 지역 특산물에 값으로 따지기 힘든 고급 브랜드를 붙일 수 있게 됐다.

화천의 산천어축제는 ‘역발상’을 통해 만들어졌다. 사람도 살기 힘든 혹한의 환경을 관광자원으로 이용하자는 아이디어가 주효했다. 올해 초 열린 산천어축제에는 125만명이 찾아 549억원의 경제효과를 유발했다.

군 연간 예산에서 40%를 차지하는 규모다. 화천 산천어축제의 성공요인은 적극적인 주민들의 참여. 주민들 스스로 바가지 요금 등을 철저히 없앴고, 직접 얼음낚시 지도 등 축제안내를 맡았다. 당장의 입장료 이익 보다 이를 지역 상품 판매로 유도하는 전략도 성공적이었다.

낚시체험비 1만원(소인은 5,000원)을 내면 축제장 인근 농산물 판매소에서 통용되는 5,000원짜리 농촌사랑나눔권을 제공했다.

배재대 관광이벤트학과 정강환 교수는 “축제도 상품으로 고객의 요구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민잔치 수준이었던 금산인삼축제가 매년 80만명 이상이 찾는 성공적인 축제로 바뀐 것은 인삼캐기 등 체험 프로그램을 포함시키면서 부터다.

정 교수는 “처음에 현지 주민들은 어떻게 신성한 삼밭에 들어와 삼을 캐도록 하느냐며 펄쩍 뛰었지만 인삼 캐기 덕분에 축제가 활성화했고 인삼 매출도 2배 이상 껑충 뛰었다”고 말했다.

그는 “체험은 세계 모든 축제의 주요 테마”라며 미국 캘리포니아 길로이 마늘축제의 예를 들어 “조그만 소도시가 마늘 하나로 각종 체험 프로그램 및 상품을 개발해 미국내 2만개가 넘는 축제 중 베스트 10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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