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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물리학이 가장 쉬웠어요" 여성학자들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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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물리학이 가장 쉬웠어요" 여성학자들의 '반란'

입력
2007.09.11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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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수학계에서는 ‘잘 나가는’ 여성 수학자들이 화제다. 수학 분야 세계적 명문인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 김주리 교수가 9월 학기부터 테뉴어(종신 정년)를 받고 교수로 부임한 것이 계기다.

김 교수에 앞서 2003년 캘리포니아공대에서 테뉴어를 받은 오 희 교수는 이번 학기 브라운대로 스카우트되며 실력을 과시했다. 물리학 분야에서 여성의 활약도 만만치 않다.

미국 시카고대 김영기 교수는 미국의 대표적 입자물리실험 시설인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의 첫 여성 부소장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통상 ‘여자는 수학이나 물리학에 약하다’는 통념을 무너뜨린 그들은 누구일까.

김주리 교수와 오 희 교수는 각각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울대 87학번으로 수학자라면 평생 한번 논문 발표를 꿈꾸는 <인벤셔네스 매스매티카(invetiones mathmaticae)> 나 <애널스 오브 매스매틱스(annals of mathematics)> 같은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해 왔다.

김 교수는 KAIST를 수석으로 졸업했다. 그가 예일대 박사과정에 들어갔을 때 교수들은 “이토록 준비 잘 된 학생은 처음 본다”고 했다는 게 예일대 출신인 강석진 서울대 교수의 전언이다.

하지만 김 교수 자신이 수학을 선택한 이유는 흥미롭다. 그는 “수학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사고방식이 수학과 가장 잘 맞았기 때문에 선택했다”고 말한다.

오 교수 역시 대학에 들어오자마자 뛰어난 수학적 능력을 발휘했는데 정작 자신은 “수학자라는 직업이 있는지 대학 들어와서 처음 알았다”고 말한다.

그는 “서울대 입학 직후 진로를 고민할 때 지도를 맡은 김홍종 교수가 ‘수학은 아름다운 학문이며, 나중에 다른 일을 하더라도 인생에서 4년을 투자하는 게 아깝지 않다’는 말에 뭐가 그렇게 아름다운지 알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후 오 교수는 투자한 만큼 깨닫는 즐거움에 푹 빠져버렸다.

고려대 물리학과 80학번인 김영기 교수는 2004년 페르미연구소의 양성자-반양성자 충돌실험(CDF)의 공동대표로 선출되면서 입자물리학계의 ‘무서운 리더’로 꼽힌다.

800여명의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실험 목표를 설정하고 역할을 조율하는 CDF 대표 자리가 43세의 젊은 물리학자에게 주어진 적도, 여성에게 돌아간 적도 없었던 탓이다. 지금은 페르미연구소 부소장으로 연구소 안팎의 5,000여명의 물리학자들을 통솔한다.

통상 남성적 학문으로 여겨지는 수학과 물리학에서 이들의 성공 비결은 별다른 게 있을까. 김 교수는 “똑똑하고 욕심 많은 물리학자들 수천명을 한 방향으로 인도하는 일이 쉬울 리 있겠느냐”며 “실험 목적만 명확히 인식한다면 이에 따라 구성원들을 설득할 수 있으며, 여기에 남녀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즉 복잡한 이해관계를 통솔하는 리더십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공동의 목적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 뿐이라는 이야기다.

김주리 교수는 “여성이라고 해서 수학적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감이 결여된 성격이 장애가 되는 경우는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육아와 연구를 병행해야 한다는 여성 일반의 문제가 장벽일 뿐”이라고 말한다.

학문 능력의 차이는 실감하지 못하지만 육아부담과 소수로 적응해야 하는 사회적 장벽 등은 존재하고, 이러한 장벽을 사소한 문제로 만들어야 성공하게 된다는 뜻이다.

고등과학원 박형주 교수는 오히려 ‘여성 강세론’을 폈다. 그는 “박사 학위자의 배출 비율이나 교수의 숫자, 연구활동 등을 통틀어 보면 우리나라는 유난히 여성 수학자들의 활약이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라고 말했다. KAIST 한상근 교수는 “남녀의 차이가 아니라 우수한 과학자와 그렇지 않은 이들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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