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 대통합민주신당이 본경선 룰에 여론조사를 10% 반영키로 결정한데 대해 10일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측은 일제히 불만을 폭발시켰다.
결국 양측 모두 '판을 깼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대의를 위해 수용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그러나 손 전 지사측은 억울함에 전의를 다진 반면 정 전 의장측은 내심 '실리'를 챙겼다는 분위기다. 친노 진영은 "특별히 불리할 게 없다"며 선두 주자들의 싸움을 불구경 하듯 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오전 여의도 캠프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수용입장을 밝히면서도 "치사하고 좀스러운 10%안은 안받겠다.
(이럴 바에야) 여론조사를 일체 하지 말자"고 역제안하며 "다만 구태정치가 횡행하는 현실을 개탄한다"고 정 전 의장측을 겨냥했다. 통 큰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대세론의 건재를 과시하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그러나 오전 캠프회의에선 "10%는 여론조사를 하지 말자는 소리다"(한광원 의원), "정치공학의 한계에 상처가 크다"(김부겸 의원) 등 격렬한 성토가 이어졌다.
캠프 인사는 "불리하게 됐지만 정 전 의장은 국민지지율에 한계가 있다"며 비장한 분위기로 각오를 다졌다. 10%만 해도 전체 선거인단 규모를 가정하면 가중치가 적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정 전 의장측도 아침회의에서부터 분위기가 험악했다. 최고위가 밤새 당헌을 개정한 것을 명백한 '손학규 밀어주기'로 의심하며 오후 청주 합동토론회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정 전 의장은 긴급 기자회견에서 "대통합을 위해 앞장선 사람으로서 당이 없으면 개인이 살 수 없다"며 수용입장을 밝힐 때 잠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캠프측은 그러나 내부적으론 본경선 마지막 주에 하는 여론조사는 의미가 없다며 고무돼 있다. 제주 등 경선초반 승기를 잡을 경우 막판에는 정동영 대세론이 퍼져있을 것이란 기대다. 애초 여론조사 반영불가란 초강경 투쟁에 나선 게 효과를 봤다는 평가다.
친노진영은 한 목소리로 당의 결정에 따른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한 전 총리측은 "단일화가 될 경우 여론조사 반영비율은 승리에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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