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재(43)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유착 의혹을 받고 있는 한림토건 대표 김상진(42)씨가 문제의 연산동 재건축 사업 외에도 부산 시내 곳곳의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에 손을 댄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정 전 비서관이 17대 총선 출마를 앞둔 2003년 김씨로부터 후원금 2,000만원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김씨가 같은 유형의 사업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김씨가 6일 밤 검찰에 긴급체포됨에 따라 조만간 김씨의 정ㆍ관계 로비의혹 등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가 이위준 부산 연제구청장에게 1억원을 주고, 정 비서관에 돈을 건넨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김씨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실체가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며 “부산시 등 수사를 전면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김씨는 2005년부터 연산동의 또 다른 1곳(2단지), 해운대구 재송동 2곳, 영도구 청학동 등 모두 5곳의 재개발ㆍ재건축 사업에 동시다발적으로 뛰어들었다.
연산동 2단지(8만여㎡)는 기존 연산동 재건축 단지와 인접한 연천시장 일대로, 상인들에게 재건축 동의서까지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재송동 재건축 사업(2만1,000여㎡)은 김씨가 일부 땅을 매입한 흔적이 드러났으며, 재송2지구(5만여㎡)와 영도구 청학2구역(1만2,100㎡) 재개발 사업도 추진했다.
이 중 재송동 재건축 사업은 현재 M사가 주상복합 아파트 982가구를 짓겠다고 사업 신청을 해놓은 상태고, 재송2지구 재개발 사업은 주민들이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중소 전문건설업자였던 김씨가 재건축ㆍ재개발에 사업의 초점을 맞춘 것은 사업 규모가 커 한 건만 성공해도 수 백억원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도 재개발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한다.
사업 성공 여부는 시공사 선정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용이 좋은 1군 업체를 시공사로 확보하면 금융권을 통해 사업자금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김씨 소유의 ㈜일건은 신생사로 1군 업체를 쉽게 끌어들일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더구나 김씨는 1군 업체를 찾아 다니며 사업 참여를 제안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하지만 P사는 2006년 6월 사업검토 7개월만에 사업 참여를 결정했다. 정 전 비서관 등 권력층의 힘과 정ㆍ관계 로비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재개발 사업 시행사는 시공사에 대출 보증과 공사를 맡기는 대신 부지 매입과 주택 철거 등 골치 아픈 일을 도맡아 처리한다. 그러나 추진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온갖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 ‘눈먼 돈’을 챙길 수 있다. 재개발 사업이 ‘비리 복마전’으로 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김씨는 연산동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토지매매계약서 위조 수법으로 시공사인 P사를 속여 276억원을 횡령했다. P사에 앞서 사업에 참여한 재향군인회로부터도 같은 수법으로 225억원을 받아 가로챘다.
김씨는 부지 매입 작업도 자신 소유의 한림토건에 맡겼다. 사주가 같은 두 회사는 서류 조작과 ‘알 박기’ 등으로 얼마든지 땅값을 부풀릴 수 있었다. 주택 철거 과정에도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는 등의 수법으로 거액을 빼돌렸다.
검찰은 김씨가 이렇게 빼돌린 돈으로 비자금을 조성, 다른 재개발 사업에 투자하거나 정ㆍ관계 로비에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영세업체 대표인 김씨가 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여러 곳의 재개발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연산동 재건축 사업에서 빼돌린 비자금을 다른 사업에 투입했을 수 있고 이 과정에 권력층 등 비호 의혹도 짙다”고 말했다.
부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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