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저출산ㆍ고령화 대책이 겉돌고 있다. 참여정부는 출범 이후 전시성 위주의 각종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으나, 핵심 대책인 세제와 노동 정책은 주요국 가운데 출산 장려와 여성 경제활동 참여와는 가장 동떨어지게 운영되고 있다.
9일 보건복지부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출산 장려라는 측면에서 평가할 경우 한국 정부의 조세정책은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OECD 회원국 대부분은 자녀를 둔 기혼자에 각종 공제 혜택을 제공, 소득이 비슷한 미혼자가 내는 세금의 53%만 내도록 하고 있다.
저출산ㆍ고령화 대책이 성공사례로 꼽히는 프랑스의 경우 미혼자가 부담하는 세율은 평균 29.1%인 반면 동일 소득 기혼자의 부담은 17.5%에 불과하다. 미국(미혼자와 기혼자의 세율 차이ㆍ11.7%포인트), 영국(18.6%포인트), 독일(19.6%포인트)도 출산 장려차원에서 기혼자의 세금부담을 적극적으로 깎아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기혼자에 대해 일부 혜택을 주고는 있으나 OECD 평균 수준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2006년 현재 두 자녀를 둔 기혼자(세율 9.1%)의 세금부담은 미혼자(10.6%)의 90% 수준에 달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부족해진 노동력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로 극복하겠다는 정책도 세제와 성별 임금 격차로 평가할 경우, 낙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취업한 기혼 여성에 대한 세제 지원이 OECD 최저수준 일뿐만 아니라, 남녀간 임금격차도 30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맞벌이 부부가 부담하는 세율(9%)은 독신자의 90% 수준이다. 반면 OECD 회원국은 독신자(26.4%) 대비 맞벌이 부부의 세금부담(20.6%)을 20%가량 줄여주고 있다.
세계 최고수준의 남녀간 임금격차도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OECD 회원국의 성별 임금격차는 평균 18%포인트 수준이지만, 한국은 여성 근로자의 임금이 남성의 60%에 불과한 상태다. 특히 경제활동 참가 수준이 낮은 저학력일수록 성별 임금 격차가 심하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내놓은 관련 보고서에서 “정부가 2006년부터 5년간 32조원을 저출산ㆍ고령화 정책에 투입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부처간 중복 사업과 재원 조달이 마땅치 않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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