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림살이를 챙기는데 가장 기초적 정보인 재정집계를 하면서 정부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러 흑자를 적자로 뒤바꿔 발표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재정경제부는 지난달 23일 발표한 상반기 통합재정수지에서 총지출을 131조3,000억원으로 발표했으나, 이를 113조4,000억원으로 수정하고 총수입도 125조1,000억원에서 124조8,000억원으로 고친다고 7일 밝혔다.
이에 따라 통합재정수지는 당초 6조1,000억원 적자에서 11조3,000억원 흑자로 수정됐으며,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제외한 실질적 나라 살림인 관리대상수지도 22조6,000억원 적자에서 5조1,000억원 적자로 축소 조정됐다. 또 상반기 재정집행 진도율은 당초 발표한 62.0%가 아닌 53.6%로 집계됐다.
재경부 김형수 재정기획과장은 “상반기 인건비가 10조원이지만 당초 28조원 정도로 잘못 집계돼 17조4,000억원이 차이 났고 조세 과오납 부분에서 9,000억원 정도 오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정수지를 계산하다 보면 1,100여개 항목을 집계해야 하기 때문에 미처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오류는 올해부터 새로 가동된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이 인건비를 이중 계산하도록 잘못 프로그램 됐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하지만 재정수지의 오차 폭이 무려 18조원에 달하고 흑자가 적자로 집계되는 상황이라면, 상식적인 차원에서 한차례만 검토했어도 금방 알아낼 수 있었을 텐데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결국 이 같은 어이없는 오류로 인해 상반기 재정집행 진도율이 대폭 조정됐고 잘못된 수치로 발표까지 했다는 점에서 정부의 재정 운용 신뢰도가 큰 타격을 받게 됐다.
정부의 재정집계는 가정으로 치면 가계부에 해당하는, 나라전체의 수입지출내역을 담은 통계다.
정영오 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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