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신흥시장을 겨냥한 ‘저가 자동차’ 전쟁이 뜨겁다.
벤츠와 BMW, 렉서스 같은 첨단 명차들의 경쟁이 고급시장에서의 자존심 싸움이라면, 신흥시장에서 벌어지는 ‘보통 자동차’ 들의 전쟁은 대량판매, 고수익을 겨냥한 자동차 업체들의 현실적 이해에 따른 것이다.
싸움은 일본과 한국의 뒤를 이어 신흥 자동차공업국으로서 입지를 노리고 있는 중국과 인도의 ‘저가 공세’에 기존 업체들이 필사적인 방어에 나서는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생산기지 이전, ‘적과의 동침’ 등이 주요 수단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3일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자동차 회장이 최근 드리스 제토 모로코 총리와 만나 현지 항구도시 탕헤르에 아프리카 최대의 자동차 조립공장을 세우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투자규모 약 10억 유로(13억6,000만 달러), 연산 20만대 규모로 2010년 하반기 가동이 목표다. 생산규모는 추후 연산 40만대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르노닛산은 이 공장에서 현지의 낮은 임금으로 저가 세단인 ‘로간’과 현재 개발중인 저가 트럭(소비자가격 1만 달러 예상) 등 저가 자동차를 생산해 중국과 인도의 공세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곤 회장은 “튼튼하고 품질이 좋으면서 가격이 싼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중국과 인도산 자동차의 품질은 아직 서구의 안전 및 배기가스 기준엔 못 미친다. 하지만 저렴한 인건비와 이전 받은 생산기술을 결합한 ‘저가 자동차’를 아프리카, 동유럽,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 수출하기 시작했고, 현지에서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본의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 등의 이 같은 공세를 방치할 경우, 이들 나라의 자동차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품질개선을 이루어 조만간 선진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크라이슬러사는 같은 맥락에서 ‘적과의 동침’에 나서 올해 초 중국 ‘체리’사와 손을 잡았다. 계약은 ‘체리’사가 서유럽과 미국 수출용으로 크라이슬러의 ‘다지’ 브랜드를 단 저가 소형차를 ‘체리’ 생산라인에서 만든다는 것이다. 크라이슬러로서는 저렴한 투자비용과 신속한 모델생산 등의 이점을 감안한 결정이었다.
GM은 더욱 적극적이다. GM은 현재 인도 한국 중국 브라질 등에서 ‘저가 자동차’ 생산라인을 대대적으로 보강하고 있으며, 최근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5억 달러 규모의 새 ‘저가 자동차’ 생산라인 건설을 발표했다.
뉴욕=장인철 특파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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