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솔린과 디젤 차량 중 어느 것이 더 빠를까? 자동차 마니아라면 한번쯤 가져볼 만한 생각이다.
답부터 말하면 디젤 차량이 더 빠르다. 최근 국내외에서 실시한 디젤과 가솔린 차량 간의 레이스에서는 디젤 차량이 잇따라 승리를 했다.
하지만 가솔린 차량이 디젤 차량에 비해 주행 성능이나 엔진 성능이 뒤쳐진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가솔린과 디젤 차량은 각각의 특징과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디젤, 가솔린 엔진 눌렀다
6월 17일 오후 3시 안산자동차 경주장에서는 디젤승용과 가솔린 승용 간의 맞대결이 벌어졌다.
프라이드 디젤승용(112㎰ㆍ4,000rpm)과 가솔린 승용간(112psㆍ6,000rpm)의 맞대결에서 조시형 선수(KGTC 투어링A 1위)와 윤지호 선수(금호타임트라이얼B 2위)가 각각 프라이드 가솔린과 디젤 가솔린을 번갈아 타며 기록을 측정한 결과, 디젤승용이 근소하게 앞섰다.
조시형 선수는 디젤승용 1분52초00, 가솔린 승용 1분53초28로 디젤이 1초28 앞섰으며, 윤지호 선수는 디젤승용 1분53초45 가솔린 승용 1분53초49로 0.04초차로 디젤이 근소하게 앞서게 나타났다.
같은 날 프랑스 르망에서 열린 르망 24시간 레이스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디젤엔진 경주차인 아우디의 ‘R10 TDI’가 폭우가 쏟아지는 악천후를 뚫고 결승선을 제일 먼저 통과했다.
뒤이어 푸조의 경주차 ‘908HDi’가 들어왔다. 푸조 역시 디젤엔진 경주차였다. 100여 년간 자동차 경주를 주름잡았던 가솔린 엔진이 몰락하는 치욕적인 날이었다.
디젤 대 가솔린 차량 비교
디젤과 가솔린 차량의 성능을 비교할 때 토크와 마력(출력)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간단히 말하면 토크는 100m 단거리 선수가 내는 순발력과 파워에 비유할 수 있다.
마력은 42.195㎞를 안정적으로 내달려야 하는 마라톤 선수의 지구력·안정성과 흡사하다. 이런 면에서 최대토크는 디젤 차량이, 최대 마력은 가솔린 차량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
토크는 바퀴축을 순간적으로 돌려주는 힘을 뜻한다. 엔진 실린더에서 폭발이 일어나면서 피스톤-커넥팅 로드(연결봉)-크랭크축-바퀴로 이어지는 동력계통을 얼마나 힘차게 돌려주느냐에 따라 토크 값이 결정된다.
마력(㎰)은 통상 75㎏의 무게를 1초 동안 1m 들어올릴 수 있는 힘을 말한다. 18세기 영국산 말 한 마리의 능력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BMW의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인 X5의 디젤과 가솔린 모델을 비교해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BMW X5 3,000㏄ 경우 토크에서는 디젤 엔진이 520㎚으로 가솔린 엔진(315㎚)보다 높다.
디젤 엔진의 토크 성능은 고성능 스포츠세단 M5과 버금가는 힘이다. 출력에서는 가솔린 엔진이 273마력으로, 디젤 엔진(235마력)보다 높다.
가속력을 알 수 있는 0에서 100㎞/h 까지 걸리는 시간은 가솔린 8.1초, 디젤 8.3초로 근소한 차이를 보인다. 연비에서는 디젤이 앞선다. 정부 공인 연비로 볼 때 디젤이 10.3(㎞/h),가솔린 8.3(㎞/h)인 것으로 나타났다.
디젤 시장 커진다
디젤엔진이 연료 소비효율은 물론 성능과 환경 문제까지 가솔린엔진을 앞서면서 디젤승용차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도 디젤 승용차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5년 승용차(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제외)의 디젤엔진 비율이 2.3%이던 것이 2006년에는 3.8%로 올랐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세계적으로 6% 정도인 디젤 승용차 시장이 2015년에는 1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수입차 시장에서는 디젤 차의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법적으로 디젤 승용차가 허용된 2005년 판매비율이 4.1%에 불과했지만 2006년에는 10.7%, 올해 4월까지 15.2%로 수입 디젤 차의 판매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아우디는 올해 상반기 국내에서 처음으로 4,200㏄급 ‘A8 4.2TDI’를 도입해 판매에 나섰다. 차량의 가격이 동급 가솔린엔진 모델보다 약간 높지만 디젤엔진의 고질적인 문제인 소음과 진동을 해결한 데다 한 번 주유로 서울∼부산을 왕복하고도 남을 정도로 연료 효율이 좋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최근 디젤엔진을 넣은 중형급 ‘E220’의 판매를 시작으로 고급 대형차인 S클래스에 디젤엔진 도입을 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다.
BMW 역시 디젤엔진 ‘7시리즈’ 수입을 위해 시장조사를 하고 있어 2, 3년 내에는 대부분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디젤엔진 대형차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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