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유성식 정치부장
-예비경선에서 초박빙 2위를 했다. 전략대로 가고 있는건가.
"선거는 추세가 중요한데, 흐름이 좋은 것 같다."
-그래도 뒤엔 친노 주자들이 단일화를 무기로 쫓아오고 있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온 후보들인데 시작하면서부터 단일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자신들이 대통령이 되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예비경선을 통과했는데 통과하자마자 단일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친노, 반노가 아니라 이명박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이 후보가 돼야 한다."
-TV토론회에서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 등 친노 주자들이 정 전 의장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던데.
"신의(信義) 이야기를 하더라. 2002년 노무현 후보 선출과정을 친노 사람들은 다 기억하지 않느냐. 2002년 대선과정을 지켜봤다면 정동영에게 신의를 이야기하면 안 된다. 그래서 노 대통령을 돕던 많은 사람들이 정동영을 돕고 있는 것 아니냐. 말로 신의를 얘기하는 사람치고 행동에서 신의 지키고 사는지 묻고 싶다.
걸어온 길이 신의에 입각한 길인지 아닌 지가 중요하지 않나. 정동영이 돼야 참여정부가 제대로 평가 받는 것 아니냐. 친노 후보가 나와야 참여정부가 빛나는 것은 아니다. 다 한 뿌리이지 않나. 하지만 나는 '노(No)'라고 했을 뿐이다.
다른 사람은 추종했을 뿐이지만, 나는 '노'라고 해야 할 때 '노'라고 한 점이 차이다. '참여정부를 연장하겠습니다'하면 연장이 안 된다. 넘어서겠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극복하고 지역, 계층, 남북을 통합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다. 거기엔 내가 어울린다. 나는 편가르고 남 공격하는 거 잘 못한다."
-그래도 참여정부에서 장관, 여당 의장을 했다. 책임을 피할 수 없지 않나.
"책임이 있다. 대북 송금 특검을 몸싸움이라도 해서 막았어야 했다. 대연정을 결연하게 반대했어야 했다. 하지만 외교안보통일분야 책임장관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원장으로 열심히 했고 성과를 냈다.
어물어물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던지 책임지고 그만두던지 했다. 민주당 시절 최고위원으로 계속 편하게 지낼 수 있었지만 최고위원회 자리에서 쇄신정풍운동을 촉발시켰고, 탄력을 붙이기 위해 최고위원 사퇴로 몸을 던졌다. 통일부 장관으로 더 일하고 싶었지만 지방선거 필패가 보여 스스로가 퇴진했다. 지금까지 진퇴를 누구에게 밀려선 한 적이 없다. 그리고 난 국회의원이 아니다.
(노인폄하 발언)당시 모든 사람들이 말렸지만 선대위원장, 당 의장, 국회의원을 다 버렸다. 지금도 노인회에서는 그 부분에 대해 미안해 한다. 총선 때 여당의석을 과반수로 만든 데 정동영 공이 없었다고 하지 못할 것이다. 정치인에게 의원직 내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노 대통령이 대선정국 중심에서 적극적 발언을 하고 이명박 후보를 고소까지 했다.
"대통령학 연구하는 교수가 (노 대통령의 행보가) 연구논문 대상이라고 하지 않나. 이 정부에 레임덕은 없다."(웃음)
-어떻게 보나.
"나라면 고소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가 이 정부의 가장 핵심적인 자존심을 건드렸다. 대한민국 60년 공화국 역사에 권력도구는 폭력 장치였다. 권위주의 정권들은 자유자재로 권력도구를 휘둘렀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이것을 털어버렸다. 그런데 이명박 후보가 국세청을 청와대가 뒤에서 조정한다고 뒤집어씌우고 국민에게 그런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이에 대한 분노를 이해한다. 이해는 하는데, 나라면 고소까지는 못한다."
-이명박 후보가 '경제'라는 화두를 선점하며 판세를 압도하는 양상이다. 이것을 뒤집을 복안이 있나.
"지금의 비교는 별 의미가 없다. 10월15일부터 진짜 비교가 될 것이다. 1대1 구도가 되면 추격하는 입장이 된다. 8일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나왔지만 이제 평화협정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지금까지 상상해보지 않은 살아보지 않은 시대가 온다. 나는 공교롭게 휴전 협정일(1953년 7월27일)에 태어났다. 그리고 지금까지 휴전협정시대에 살았는데, 앞으론 한반도 평화협정시대다. 이명박 후보에겐 평화협정시대 한반도의 국가경영비전이 결여돼 있다. 철학도 경험도 없다. 생각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생각이 낡았는데 그나마도 오락가락한다. 같은 당 김용갑 의원도 성명을 내지 않았냐. 내부에서도 도대체 정체가 뭐냐,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한다. 자기 줏대와 철학이 없다는 게 드러났다. 외교안보통일 문제는 참모에게 못 맡긴다. 밤새 고민하고 본인이 결단해야 한다."
-경제모토로 '이명박의 청계천'과'정동영의 낵?을 대비시켰는데 아직은 청계천에 비해 좀 약한 것 아닌가.
"진짜 검증은 살아온 길에 대한 검증이다. 이명박 후보는 젊어서는 뇌물주고 돈 봉투 들고 다니면서 로비해서 공사 따는 것으로 출세한 사람이다. 나이 들어서는 갖가지 정보를 활용해 전국 방방곡곡에 처남, 형 이름으로 땅 사고 투기로 인생을 산 사람이다. 그 분의 머리 속에는 돈과 땅 밖에 없다.
개인의 치부나 영광은 국가의 부와 영광과는 다르다. 지난 30년 동안 OECD 국가에서 기업가 출신이 대통령 된 적도 없지만 그 나라 국가경제 살린 예가 있는지 단 한건이라도 들어봐라. 베를루스쿠니는 이탈리아 재벌이자 총리인데 이탈리아를 망쳐놓았다. 부패로 도중에 쫓겨났다. 이명박 후보가 살아온 이력을 보면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더티 로드(dirty road)를 걸어왔지만 대통령 되면 깨끗한 길을 가겠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는가.
같은 경제라도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경제인지 경제관과 철학이 더 중요하다. 이 후보의 '747공약'(7% 성장, 1인당 소득 4만 달러, 7대 선진국 진입)도 국민 속임수다. 공허한 구호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7% 성장하려고 4년 내내 운하 파다가 나라 망해서 7년 고생하는 게 747 정책'이라고 하더라."
-노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취재지원 선진화'조치를 어떻게 보나.
"기자실은 국민의 귀와 눈이며, 귀와 눈은 최대한 넓혀야 한다. 취재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돼야 관료사회가 동맥경화에 걸리지 않는다. 정부가 신문을 어떻게 해 보겠다고 해선 안 되며 할 수도 없다. 내가 대통령이 되면 기자실 및 브리핑룸 통폐합조치를 전면 재검토하겠다."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 천정배 의원 등과 연대를 추진하나.
"문 전 사장은 생각을 바꿔야 한다. 당을 만들지 못할 것이다. 문 전 사장이 신당 창당한다고 한 순간 신뢰도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추미애 전 의원, 천정배 의원에게는 적극적으로 협력을 구하고 있다."
-여론조사 반영 10% 결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10일 추가 질문)
"12월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와 여론조사해서 반영하자고 주장하는 것과 똑같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야밤에 당헌을 개정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원칙 위반이지만 당을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조건을 달지 않겠다. 당의 결정을 존중한다. 당이 없으면 개인이 없다. 그 동안 버림의 정치를 해왔다. 이제 국민에게 저의 운명을 맡기고 뚜벅뚜벅 가겠다."
-경선 결과가 좋지 못해도 승복할 것인가.
"다른 사람은 말로 승복을 하지만 나에게는 5년 전의 기록이 있다. 정치를 그렇게 해왔다."
-한나라당 출신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후보가 돼도 마찬가지인가.
"같이 하는 한 식구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경쟁을 덕담만으로 할 수는 없지 않느냐."
정리=박석원기자 spark@hk.co.kr
■ "럼스펠드와 담판 개성공단 성사" 회고하며 화색
"참여정부에서 정동영을 장관 시켜 본전 이상 뽑은 것 아닙니까. 정동영이 통일부장관 안 했으면 개성공단은 지금 설계도 그대로 있습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9일 오전 여의도 대하빌딩 캠프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친노 주자들이 '개성공단은 정 전 의장이 해낸 게 아니라 이미 2000년 김정일_정주영 합의로 추진된 것'이라고 한 데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정 전 의장은 질문에 나오자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건드려줬다는 식으로 반겼다. 재임시절 개성공단 추진과정을 회고할 땐 화색이 돌았다.
정 전 의장은 "그땐 (2004년) 핵 문제가 터져있었고, 남북관계도 깨지고 6자회담은 표류하고 있었으며 정부도 소극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료출신 장관이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며 "역대 통일부 장관이 미국 국방장관과 회담한 일이 없었다. 집권당 의장 출신이고 대선주자라는 것이 작용했다"고 럼스펠트 미 국방장관을 설득한 일화를 공개했다.
그는 "네오콘의 수장인 럼스펠드 국방장관을 만나 개성공단이 경제보다 군사안보적 성격이 강하며 한반도 조기경보 시스템을 발동시키는 셈이란 논리로 담판에 성공했다"며 "럼스펠트는 즉시 부시 대통령과 점심을 먹으며 설득해 승인을 받게 됐다"고 전했다.
정 전 의장은 "지금까지 무대가 없었지만 2차 남북정상회담과 평화협정 국면이 국민에게 나를 설명할 수 있게 해줬다"며 한반도 평화무드에 최적의 대통령은 자신임을 부각시켰다.
그는 "청년시절부터 역사학도인 내 가슴속 제1의 주제는 민족 분단이었고 기자생활도 북한부, 외교부, 통일부, 총리실 등 주로 그 쪽에서 했다"며 "장관 취임사에서도 냉전을 넘어 6개월 안에 짓겠다고 개성공단 얘기만 했다"고 말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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