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感動). ‘크게 느끼어 마음이 움직일 때’(표준국어대사전) 우리는 이 단어를 쓴다. 그러나 크게 느껴도 마음은 고요히 정주할 때가 있고, 별 느낌은 없지만 마음이 울컥할 때도 있다. <마이파더> (감독 황동혁)를 본 감상은 두 번째에 가깝다. 감동이라고 하기엔 조금 심심한, 묽은 색감의 심리적 저주파를 발산한다. 마이파더>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것이다. 여섯 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애런 베이츠, 22년 뒤 그가 찾은 아버지는 가슴에 붉은 명찰을 단 사형수였다. 2003년 TV 다큐멘터리를 통해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던 그 스토리를 스크린 속에서 재현했다. 제임스 파커로 각색한 아들 역은 대니얼 해니, 피폐한 영혼의 아버지 역은 김영철이 맡았다.
영화는 다큐의 흐름을 좇아 간다. 그래서 상업영화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도 논픽션 드라마와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영화가 장편 데뷔작인 황 감독도 신인답지 않은 자제력을 갖췄다.
덕분에 최루성의 신파 코드가 지뢰처럼 매설된 스토리보드에서 영화는 ‘터지지’ 않고 살아 남았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그것보다는 오히려 코믹한 부분의 인위성이 더 눈에 들어온다. 요컨대, 이 영화는 상당히 담백하다.
자상한 부모 밑에서 구김살 없이 자란 제임스는 낳아 준 아버지를 찾기 위해 주한미군에 자원 입대한다. 그리고 TV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해 애타게 아버지를 찾는다. “내, 이름, 은, 공은, 철”이라고 한국어를 더듬는 장면, 교도소에서 처음 만난 아버지에게 큰 절을 올리는 장면까지 모두 실화를 재연한 것이다.
하지만 그 모습은 단순히 논픽션에 극적인 감정을 덧입힌 게 아니다. 입양아들을 다룬 단편영화 <미라클 마일> (2004년)로 칸느영화제에서 주목받았던 감독은 동정이 아닌 눈빛으로 입양인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지녔다. 미라클>
이 영화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장면은 교도소에서의 첫 부자상봉. 그토록 그리던 아버지를 처음 본 제임스의 표정에서 북받치는 감격보다 어색한 침묵과 경계하는 낯빛이 흐른다. 감정이 극단으로 치닫는 순간, 정전이 일어나는 것 같은 심리적 진공상태를 절묘하게 포착했다. 현실 세계의 디테일은 그렇게, 머리를 굴려 만들어 낸 클리셰(진부하게 반복되는 표현)의 한계를 넘어선다.
이 영화에서 충무로가 건진 가장 큰 수확은 대니얼 헤니라는 배우의 재발견. 훤칠한 몸매를 드러내는 수트를 입고 커피잔을 입에 문 모습으로만 기억되던 그가 배우로서의 진면목을 드러냈다. 기쁨과 슬픔, 애잔함과 울분이 뒤섞인 인간의 굴곡진 표정이 잘생긴 이 배우의 얼굴 위에 고스란히 담겼다. 6일 개봉. 15세 관람가.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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