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인수를 선언한 영국계 은행 HSBC에 대한 금융감독 당국의 정기검사 결과가 HSBC의 인수자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현행 법규상 인수자격 해석에는 금융감독 당국의 재량이 많이 허용돼 있다. 즉, ‘이 정도면 인수자격이 없다’는 기준을 정하는 것은 상당부분 금융감독 당국의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당연히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HSBC 한국지점은 이미 지난해 6월 ▦간접투자증권 판매와 관련된 모집인 제도 불법 운영 ▦고객예금 8억8,400만원 횡령 금융사고 등으로 금융감독원의 기관경고를 받았다.
임직원 문책과 주의 조치도 내려졌다. 금감원은 3일부터 HSBC 한국지점에 대한 정기검사에 착수, 이르면 다음 달 중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난해 기관경고 조치와 올해 정기검사 결과가 외환은행 인수에 걸림돌이 될까. 현행법상 기관경고를 받으면 3년간 증권사 인수가 금지된다.
그러나 은행인수에 대해선 명문규정이 없다. 은행인수 신청을 한 금융회사가 자격을 갖췄는지는 금융감독위원회가 자체적으로 판단하도록 상당한 재량권이 주어져 있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거나, 영업 인ㆍ허가가 취소된 경우, 최근 5년간 공정거래법을 위반해 불공정 행위로 처벌 받은 경우와 같은 중대사안에 대해선 인수자격을 제한할 수 있도록 감독규정이 정리돼 있다.
하지만 여기에 기관경고는 포함돼 있지 않다. 때문에 규정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기관경고 정도로는 인수자격을 박탈할 수 없다.
현재 진행 중인 정기검사에서 면허 취소, 영업 정지 같은 강도 높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 이상 HSBC의 외환은행 인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이래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섣부르게 결론 낼 일이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기관경고만 받아도 증권사 인수를 못하게 하는 최근 추세로 볼 때, 은행의 은행인수에 대해서도 관련 법규를 정비하거나 재량대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도 “정기검사 결과가 외환은행 인수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해외 시각이다. 정부가 인수자격을 적극적으로 해석해 기관경고 등 비교적 가벼운 징계사유로 HSBC의 외환은행 인수를 불허할 경우, 세계시장에 “외국자본을 역차별 하는 편협한 잣대”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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