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문화프리즘] 아랫목만 뜨거운 문학 마케팅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문화프리즘] 아랫목만 뜨거운 문학 마케팅

입력
2007.09.11 02:38
0 0

너덧 달 전부터 소설가들의 바깥 나들이가 부쩍 잦아졌다. 올 봄에 <남한산성> (학고재 발행)을 내놓은 김훈씨를 필두로, <리진> (문학동네)의 신경숙, <논개> (문이당)의 김별아, <바리데기> (창비)의 황석영씨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대형 서점에서 사인회나 문학 강연회를 열던 이전의 신간 홍보 수준을 넘어 창조적이고 적극적인 방식으로 독자와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역사소설의 잇점을 살려 작품 배경지를 찾아가는 ‘문학 투어’를 열기도 하고, 음악 등 다른 문화 장르와 결합한 행사를 개최하기도 한다. 황씨의 경우엔 한강 유람선상에서 작품을 소재로 한 음악, 퍼포먼스, 판소리 등을 공연해 이목을 끌었다.

이들 행사는 대개 출판사와 인터넷 서점이 공동 기획한다. 인터넷 서점은 충성도 높은 순문학 독자를 다수 확보하고 있는데다 행사 홍보 및 참석자 모집에 유리해 역할이 크다. 독자 입장에선 좋아하는 작가를 만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어 호응이 상당하다.

최근의 소비 심리 회복이 이런 적극적 마케팅과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덕에 상기 작품 대부분은 수십만 권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공지영씨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2006), 김훈씨의 <칼의 노래> (2001) 등이 올해 밀리언셀러에 등극하리란 전망도 기록의 풍요를 더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근거로 한국문학이 위기에서 중흥으로 전환했다는 순발력 있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오래 전부터 한국문학 위기의 징후로 거론됐던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증거는 별로 없다. 4월 소설집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창비)를 출간한 은희경씨를 포함, 신간이 인기를 끌고 있는 소설가 대부분은 이미 많은 고정 독자를 확보한 중견 작가다.

새로운 문학적 활로를 찾고자 하는 젊은 작가들의 신간은 평단에선 문제작일지언정 시장의 주목을 받는 일이 여전히 드물다. 홈런 수는 늘었지만 평균 타율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형국이랄까. 여기에 일본 소설의 아성은 굳건하고, 중국 소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시장 반응은 문학적 성취의 지표는 아니지만 작가의 활력을 잠식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늘 중요한 문제다.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작년 문화계 현황을 분석, 발간한 <2007 문예연감>에서 한국문학의 성과는 음울하게 나타난다.

발행 종수와 매출은 전년보다 늘었지만 아직 2000년대 전반의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고, 작가 수가 늘어난 점을 반영해 계산한 1인당 연간 인세 수입은 380만원으로 오히려 전년보다 8.2% 감소했다. 연간 베스트셀러 소설 부문 20위 안에는 국내작이 5편에 불과하고 그나마 2편은 인기 작가 공지영씨의 것이다. 이런 가운데 문학 창작을 지원하는 몇 안되는 기관 중 가장 큰 손인 문화예술위의 예산이 내년 상당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80년대 중반 이후 문학 수요의 기반이었던 사회적 권위가 약화되는 상황에서 문학계가 적극적으로 시장 확장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현재의 마케팅은 진일보한 형식에도 불구하고 몇몇 검증된 작가에만 집중하는, 손쉽고 시장 영합적인 방식에 머물고 있다. 오랜만에 얻은 시장의 호응을 문학 전반의 진흥과 연결시키는 전략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장밋빛 성과는 오히려 한국문학의 문제적 상황을 가리는 부작용만 낳을 공산이 크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