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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수수료 인상', 대형할인점 눈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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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수수료 인상', 대형할인점 눈치만

입력
2007.09.11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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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생원(카드사)들이 숨죽이며 방울(수수료 인상)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최근 영세업자 가맹점 수수료 인하라는 대세에 밀려 먹잇감(매출)이 줄어들자 고양이(대형할인점)라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버거운 싸움이겠지만 이론적인 전략지침도 있다. ‘영세업자 수수료 인하→카드사 수익 감소→원가 이하의 대형할인점 수수료 현실화→역마진 해소→소비자와 카드사 윈윈.’ 하지만 미소는 잠시, 불현듯 둘의 관계를 고양이와 쥐로 규정해버린 ‘패배의 추억’이 스멀거린다.

2004년 여름. 비씨카드는 국내 1위의 대형할인점 이마트에 전격적으로 카드 수수료 인상이라는 선전포고를 했다. 다른 카드사도 각 할인점에 수수료 인상을 공언하며 연합군으로 참전했다.

그러나 이마트가 ‘전 점포 비씨카드 사용 불가’라는 초강수로 맞서자 전열은 와해됐다.

카드사 담합조사(공정거래위원회), 물가인상에 따른 소비자 피해 우려(여론) 등 뜻하지 않은 복병도 만났다. 9개월의 항전 뒤에 카드사가 얻은 건 경제적 손실과 이미지 추락뿐이었다.

선봉에 섰던 비씨카드의 피해는 막심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영세업자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확정되기도 전인 7월 말 비씨가 수수료를 내린 건 피해의식의 방증”이라고 평할 정도다.

모든 카드사가 대형할인점 수수료 조정에 공감하면서도 입밖에 내놓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걸 것인가”라는 생존의 질문 앞에 각 카드사가 눈치를 살피고 있는 형국이다. 행여 금융감독 당국과 여론, 대형할인점에 미운 털이 박힐까 조심스럽게.

카드사의 주장은 분명하다. 원가 이하로 책정된 대형할인점 수수료를 현실화(인상)해달라는 것이다. 각 카드사의 대형할인점 수수료는 1.7~2.0% 수준이나, 수수료 원가는 2.2~2.3%라는 주장이다.

현재 대형할인점 카드 수수료는 여신금융협회가 지난해 조사한 모든 가맹점의 평균 수수료(2.09%)보다도 낮다. 대형할인점 수수료를 0.1%포인트라도 올리면 영세업자 가맹점 수수료는 당국이 원하는 수준(1%포인트)으로 내릴 수 있다는 논리다.

A카드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를 인위적으로 내릴 경우 카드사 경영의 마이너스 부분을 보충해야 하는데 다른 부분(대출금리 인상, 할인혜택 축소)을 건드리면 서민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간다”며 “그 동안 엄청난 구매력과 카드사간 경쟁을 이용해 원가보다 낮게 매겨졌던 대형할인점 수수료의 현실화 및 감독기관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C카드 관계자는 “당국이 시장원리와 영세업자 보호를 내세우면서도 대형할인점과 관련해선 힘의 논리를 묵인하고 있다”며 “우후죽순 늘어난 대형할인점이 재래시장과 소상공인의 수익 악화에 미친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부 카드사는 수수료 인하 불똥이 오히려 대형할인점으로 번질까 걱정하고 있다. D카드 관계자는 “영세업자 구분도 모호하지만 카드사보다 힘이 센 가맹점이 수수료를 낮춰달라고 하면 어쩌나”라고 걱정했다.

그러나 금융감독 당국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수수료율 조정안은 합리적인 방안을 모두 검토한다는 뜻”이라며 “카드업계가 대형할인점 수수료 인상을 적정하다고 판단하면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카드업체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밝혔다.

또 카드사의 대형할인점 눈치보기에 대해선 “대형할인점은 감독대상이 아니어서 나설 수 없다”고 못박았다.

여론도 시큰둥하다. 서영경 YWCA 신용사회사무국 팀장은 “대형할인점 수수료가 오르면 소비자에게 바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연회비 등 여러 문제를 병행해 풀어가지 않고 대형할인점 수수료율만 올리는 것엔 반대한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카드사의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는 우화(寓話)처럼 될 공산이 크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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