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ㆍ관계 전방위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한림토건 대표 김상진(42)씨가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물론이고 자신의 사업에 도움을 줄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다수의 유력 인사에게 금품을 줬다는 취지의 발언을 함으로써 앞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그의 입이 본격적으로 열리게 될지 관심을 끌고 있다.
김씨는 6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정 전 비서관 이외의) 제3자 다수에게 (정 전 비서관에 준 돈 보다) 더 많은 돈을 줬지만 특별한 청탁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7일 오후 구속됐고 검찰은 이제부터 최대 20일의 구속기간 동안 김씨에 대해 강도높은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도 "7월 27일 김씨가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난 이후 수사에 애로가 있었다"고 말해 구속 이후 집중 수사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계좌추적으로 김씨 압박
7월 김씨가 처음 구속됐을 때 김씨의 사기 및 횡령에 수사의 초점을 맞췄던 검찰은 이번 2차 구속기간에는 횡령액의 흐름, 즉 정ㆍ관계 로비에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김씨가 뿌린 것으로 드러난 로비 자금은 정상곤(53ㆍ구속)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 세무조사 무마 명목으로 제공한 1억원, 세무공무원 A씨에게 제공한 2,500만원, 이위준 연제구청장에게 건네려 한 1억원, 자신의 비리를 협박한 회사 직원에게 준 20억원 등이다.
하지만 김씨가 대부분 현금을 썼기 때문에 검찰이 계좌추적을 한다 해도 김씨 로비 자금의 전모를 캐내기란 쉽지 않은 상태다. 결국 열쇠는 김씨의 '입'이다. 검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김씨를 압박할 수 있는 다른 단서들을 찾아내 이를 무기로 김씨의 입을 여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정동민 부산지검 2차장검사도 "수영구 민락동 재개발추진 과정에서 허위 용역계약서를 만들어 27억5,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김씨 혐의를 밝힌 것은 대검 계좌추적반의 성과"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미 광범위한 계좌추적을 통해 김씨를 압박할 자료를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김씨가 궁지에 몰리게 되면 고구마 줄기 캐듯 수사 단서들이 나와 정치인, 공무원 등이 줄줄이 소환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김씨가 자신의 계산에 따라 입을 열지 않을 경우 수사는 또 다른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다.
검찰 초기수사 부실 논란
검찰의 이 같은 수사 의지에도 불구, 1차 수사 당시 김씨로부터 2003년 정 전 비서관에게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도 수사를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비판이 일고 있다.
검찰은 "지난 달 24일 김씨의 기소 시점에서 김씨가 정 전 비서관에게 2,000만원을 줬다는 진술을 확보했지만 구 정치자금법상 공소시효(3년)가 지나 위법성 여부를 살펴 볼 필요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씨를 기소할 무렵 정 전 비서관의 소개로 김씨가 정 전 청장과 만나 1억원을 건넨 사실을 알았던 검찰이 정 전 비서관과 김씨의 유착관계를 파헤칠 단서가 될 수 있는 진술을 듣고도 덮은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김씨가 구두 진술만 하고 조서에는 남기지 않아 어쩔 수 없었으나, 김씨 체포 이후 이 부분을 조서에 남겼으니 의혹이 증폭되면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그 동안의 미온적 태도로 인한 '봐주기 수사'비난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부산=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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