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6일 정몽구 회장에게 "준법경영을 주제로 전경련 회원들에게 강연을 하고, 국내 일간지 등에 같은 내용의 기고를 하라"는, 대법원 예규에도 없는 사회봉사명령을 내리자 법원 내부에서조차 "이례적이다. 흥미롭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강연과 기고를 사회봉사명령으로 주문하기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기업인이나 연예인 등에게 자주 선고된 사회봉사명령은 통상 복지시설 봉사와 같은 직접 노동력을 투입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이전까지 법원은 횡령이나 배임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근로의식 고취 등을 내세워 주로 100∼200시간 안팎의 봉사활동 명령을 내렸다. 실제로 최근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윤수 성원건설 회장에게도 법원은 사회봉사 200시간이라는 '평범한' 주문을 내렸다.
대법원 예규를 봐도 이번 주문은 특이한 측면이 있다. 사회봉사명령은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명령 등에 관한 대법원 예규'에 근간을 두고 있다. 예규에는 제초작업 등 자연보호 활동, 양로원 등 복지시설 봉사, 오물수거 등 공공시설 봉사, 모내기, 쓰레기 분리수거 등 지역사회에 유익한 공공분야 봉사활동 등이 사회봉사명령으로 분류돼 있다.
강연과 기고는 예규에 구체적으로 언급돼 있지 않은 유형이다. 재판부도 "종래 사회봉사는 쓰레기 청소 등이었지만 봉사활동의 폭을 넓혀 '제3의 길'을 찾고자 했다"고 밝혔다.
법원 안팎에서는 재벌 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로 '재벌 봐주기'란 비판을 의식한 재판부가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고심 끝에 절충안을 찾아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선처에 대한 부담을 덜면서 피고인이 대기업 총수로 69세의 고령이라는 점, 노동력 투입 봉사활동이 사회에 미칠 영향 등을 두루 감안해 전례 없는 형태의 사회봉사명령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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