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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 연속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 '고슴도치의 우아함' 작가 바르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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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 연속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 '고슴도치의 우아함' 작가 바르베리

입력
2007.09.11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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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국내 출간된 장편 <고슴도치의 우아함> (아르테 발행)의 작가 뮈리엘 바르베리(38)씨는 우리에겐 다소 낯설지만 조국 프랑스 문단에선 ‘앙팡테리블’(무서운 신예)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에도 번역된 데뷔작 <맛> (2000)을 쓴 지 6년만인 작년 8월에 내놓은 그의 두 번째 장편은 비평계와 언론의 무관심을 뚫고 그해 11월부터 올 6월까지 30주 연속 프랑스 베스트셀러 종합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공쿠르상, 페미나상 등 유수 문학상이 집중된 10, 11월을 겨냥해 700권 안팎의 신간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도 이 책은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유지하며 60만 권 가량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한 바르베리씨는 이번 작품의 성공으로 고등학교 철학 교사직을 그만 두고 심리학자인 남편과 함께 아시아 등지를 여행할 채비를 하고 있다. 내년엔 일본 교토에 머물며 세 번째 작품을 집필할 계획이다. 주한 프랑스문화원 초청으로 10월 1~6일 방한 예정인 작가와 이메일 인터뷰를 가졌다.

-심플한 서사와 철학적 사유를 결합된, 독특한 소설이다. 읽기가 마냥 쉽지만은 않은데도 큰 인기를 끈 비결은 뭘까.

“예상 밖의 성공에 나도 놀랐다. 어휘, 내용이 어려워 잘 팔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서점 관계자나 독자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이변’을 일으켰다. 현재 한국을 비롯, 20개국과 번역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흥행 요인을 찾는 일은 그만두려 한다. 그래야 이 행복감 속에서 근심없이 차기작을 쓸 수 있을 테니까.”

-뛰어난 교양을 감추고 사는 수위 아줌마 르네와 자살을 꿈꾸는 영민한 소녀 팔로마를 화자로 세웠다. 서로 다른 두 목소리는 당신의 어떤 면을 대변하나.

“둘을 통해 내 취향과 혐오를 드러내려 했다. 두 사람 모두 존재의 비극을 깊이 깨닫고 있는데, 팔로마는 그것을 사춘기다운 열정에 실어 표현하는 반면 르네는 섬세함과 지적인 성숙함을 갖추고 진중하게 대처한다.”

-상류층의 위선에 대한 비판이 날카롭다. 르네의 죽음이 팔로마의 삶의 의욕을 북돋는 결말도 인상적이다. 작품에 담은 메시지가 궁금하다.

“이 책엔 분명 사회적이고 풍자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는 인간의 다양한 면모를 드러내기 위한 부차적 요소일 뿐 작품의 핵심은 아니다. 이번 소설은 특정한 메시지가 아닌, 고독한 두 주인공이 삶의 의미를 찾는 과정을 보여주려 쓴 것이다. 집착에서 벗어나 조화를 꾀하고, 혼돈 속에서 아름다움을 구하려는 그들의 모습이 메시지라면 메시지다.”

-정신분석학, 현상학 등 철학의 무용성을 지적하는 구절이 눈에 띈다. 문학에 전념하려 철학 교사를 그만둔 당신의 결정과 무관치 않은 듯하다.

“오랫동안 철학 공부를 했음에도 나를 감동시키고 내 눈을 틔웠으며, 나아가 나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해준 것은 문학임을 최근에야 깨달았다. 그동안 읽어온 위대한 철학서의 권위를 부인하진 않지만, 문학적 글을 읽을 때 비로소 내면의 시적 충동을 따라 ‘완벽한 의미’에 다가설 수 있다.”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보단 고급 문화 취향이 도드라져 보이기도 한다. 제목으로 보면 ‘고슴도치’보단 ‘우아함’에 방점을 찍은 것 아닌가.

“구체적 사회상을 배경으로 삼지만 이 책이 ‘우아함’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지적은 옳다. 사회적이기보단 미적인 텍스트랄까. 하지만 ‘고급 문화’란 용어엔 동의하지 않는다. 르네의 주장도 고전 문화, 엘리트 문화, 대중 문화를 가르는 명확한 경계는 없다는 것이다.”

-첫 페이지에 남편에 대한 헌사를 썼다. 그가 당신의 창작에 미치는 영향은 뭔가.

“스테판은 단순히 심리학자에 국한된 역할에 머물지 않는다. 내 첫 소설을 출판사에 투고한 것은 물론, 내 모든 글을 읽고 격려하며 때론 혹독하게 비판하는 훌륭한 동반자다. 작품 전개 방향, 세세한 이야기 구성, 등장인물 심리 묘사 등도 세심하게 조언해준다.”

-일본계 노신사 오주는 인품, 취향 등 모든 면에서 완벽한 인물로 묘사된다. 일본 문화에 대한 당신의 동경과 조예가 묻어난다.

“망가(일본 만화), 다도, 바둑 등에 관심이 많다. 처음엔 오주 야스지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에서, 나중엔 회화, 정원 등에서 발견되는 선(禪) 양식에서 일본 특유의 미학을 발견했다. 프랑스인이 정교하지만 과잉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면 일본인은 놀라울 만큼 순수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미를 표현한다. 이런 미적 관심이 자연스럽게 문화적 관심으로 옮겨갔다.”

-내년 일본에 체류하기 전 몇 달 동안 아시아 여행을 한다고 들었다. 어떤 계획을 세웠나. 다음달 한국에 와서 하고 싶은 일은 뭔가.

“먼저 홍콩에 갔다가 한국에 엿새 간 머문 후 뉴질랜드로 갈 예정이다. 일본을 포함, 아시아 3개국에서 접하게 될 색다른 문화와 삶의 방식이 내 문학적 상상력에 보탬이 될 거라고 기대한다. 한국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은 무당굿 구경과 도봉산 등산이다. 바둑판 만드는 장인도 찾아가고 싶다. 제작 과정을 살펴보면 한국이 바둑 최강국이 된 비결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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