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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국산 불량품 사태에서 보지 않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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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국산 불량품 사태에서 보지 않는것

입력
2007.09.11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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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제품의 안전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줄지 않고 있다. 올해 봄 중국산 애완용 사료의 안전성 문제로 시작된 중국산 식품 파동은 6월 중국산 장난감 안전 문제로 절정에 이르렀다. 이후 지금껏 중국산 제품은 지속적으로 세계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이 사태를 보도하는 세계 언론이 유독 주목하지 않은 대목이 있다. 그것은 중국의 항변이다. 중국은 자신들만이 이 문제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세계 언론은 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 자기 책임만 아니라는 중국 항변

중국측 항변의 요지는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기 때문에 중국산(中國産)은 사실상 세계산(世界産)이라는 것이다. 중국산으로 포장된 불량품들에 대해 세계 자본도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8일 중국 다롄(大連)에서 열린 세계 하계 다보스 포럼에서도 장샤오창(張曉强)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은 “중국에서 수출되는 상품의 60%는 비 중국 기업이 수출하는 것”이라며 “비 중국 기업들은 좋은 질의 상품을 수출해야 하며 중국 당국은 이를 계속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보시라이(博熙來) 중국 상무부장은 지난달 필리핀에서 진행된 ‘아세안+3’ 경제장관 회의에서 국제사회의 분업에 따라 중국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맡았다는 국제분업론을 주장했었다.

실제로 세계 최대의 장난감 업체 마텔이 리콜한 납 성분 함유 중국산 장난감들은 광둥(廣東)성에 자리잡고 있는 홍콩계 자본들이 제조한 제품이었다. 지난달 11일 마텔의 리콜 조치로 직격탄을 맞아 자살한 광둥성의 완구업체 사장 장수홍(張壽鴻)은 홍콩 기업인이었다.

중국은 값싼 노임과 저비용에만 주목, 중국에 자리잡은 기업에 장난감 제조 하청을 준 마텔사의 탐욕도 지적하고 있다. 안전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이윤에만 급급했던 마텔사가 “안전에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을 하면서 중국 기업에 하청을 준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따라서 마텔사도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어느 나라 영토에서 제조된 것보다 실제로 누가 만들고 주문하느냐가 책임을 가리는 핵심이 돼야 한다는 게 중국의 입장이다.

일본 잡지 아에라는 지난달 중국 농산물에 농약이 많이 쓰여지는 것은 일본의 책임도 크다는 기사를 실었다. 일본 수입업자들이 중국 농산물 재배 업자들에게 기술 지도를 하면서 농약 사용을 권장했고 이는 부메랑이 되어 일본 식탁을 위협하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 저비용만 좇는 탐욕의 세계자본

2005년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검출돼 한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사건도 되짚어 볼 필요도 있다. 당시 중국산 김치의 절반 이상은 한국 업자들이 중국에서 제조한 것이었다. 이 파동으로 피해를 본 당사자들은 중국 내 한국산 김치 제조업자들이었다.

물론 중국이 숱한 불량품들이 만들어지는 토양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무거운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중국 전역에 가짜 제품과 짝퉁 상품이 판을 치고, 무슨 수를 쓰더라도 싸게 제조해 돈을 벌자는 천박한 자본주의적 풍토가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저임금과 저비용만을 좇아 중국에서 불량품을 양산하는 세계 자본의 탐욕성을 지적하지 않는다면 공정하지 않을 뿐더러 중국산 불량 문제를 결코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영섭 베이징 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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