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나라, 제대로 된 나라, 품격 높은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 가슴 속에서 꿈틀대던 소망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정치권은 내가 지켜온 소신과 원칙과 지향점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어보였다. 정치가 다는 아니지 않는가.”
4월 대통령선거 불출마 선언을 한 뒤 경제학자의 자리로 돌아온 정운찬(61) 전 서울대총장이 자서전 <가슴으로 생각하라> (따뜻한 손 발행)을 펴냈다. 총장 재직 당시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교양강좌인 ‘프레시맨 세미나’ 의 강의노트를 정리하고 보완해 책으로 묶었다. 책은 충남 공주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서울대 총장으로, 더 나아가 국가지도자의 후보로 성장하기까지 일들, 그리고 정치를 포기하고 본래의 자리인 학자로 돌아오게 된 심경 등을 털어놓고 있다. 가슴으로>
흥미로운 대목은 인간 ‘정운찬’ 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과의 인연이다. 경기고 시절 법학과와 경제학을 놓고 고민을 거듭할 때 “마음 약한 네가 검사로 취조를 하기도 어려울 것이고, 배포가 부족하니 변호사도 되지 못할 터이니 취직 걱정말고 경제학과로 오라”고 권유했던 선배 김근태, 영국 경제학자 존 힉스의 <사회구조론 : 경제학 개론> 과 월북한 경제학자 전석담의 <조선사교정> 을 권유해주며 사회비판의식을 일깨워준 신영복, 대학졸업후 한국은행의 은행원으로 취직해 소시민의 삶을 살고자 하던 그에게 미국유학을 권하며 ‘큰 세상’ 을 꿈꾸게 해준 조 순 등이 그들이다. 조선사교정> 사회구조론>
그의 자서전은 단순히 사적회고로서의 가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대폐지론’ ‘3불 정책고수’ 등을 주장하던 정치권에 맞서 자신의 교육철학을 고수하려 하던 서울대 총장시절의 내면적 갈등이 생생하게 드러나있고 또한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강한 국력을 갖춘 나라인 ‘강중국(强中國)’ 건설을 해야 한다는 국가적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책의 제목은 돌아가시기 직전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승부하라’ 고 충고했던 선친의 유언에서 딴 것이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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