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Weekzine Free/ 예술마을 헤이리의 초대장 "한판 노~올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Weekzine Free/ 예술마을 헤이리의 초대장 "한판 노~올자"

입력
2007.09.11 02:35
0 0

무더위와 열대성 폭우로 유난히 불쾌지수가 높았던 여름이 지나갔다. 몸도 마음도 풍요로워지는 가을은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온다. 청명한 하늘과 서늘한 바람을 안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그런데 어딜 가지? 도시는 답답하고 단풍놀이는 이르다.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우리. ‘어디 놀자판이라도 있다면 좋으련만.’

그 틈을 비집고 축제판이 열린다. 경기 파주시 예술마을 헤이리에서 그 ‘판’이 열린다. 거기서 어떤 축제 판이 벌어지는지 구경 한 판 펼쳐보자.

들여다보니 예술이다. 또 다시 답답해진다. 아득한 시절 세계사 시간이나 음악, 미술 시간에 배우던 바로크 시대의 예술,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 등등이 뛰쳐나올 것 같다. 모르는 시험문제를 붙잡고 3번이나 4번을 찍어야 하나라는 그런 답답함이다.

그 예술일까? 아니면 예전 드라마에서 ‘올빽머리’의 백윤식이 어느 중년 부인에게 “사모님 예술 한 번 땡기시죠”라며 추파를 던지던 그 예술일까? 그렇게 보니 후자도 예술이다. 한편으로는 경건하고 다른 면에서는 가벼운, 예술은 이 두 경계 사이의 스펙트럼을 포용한다.

8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제1회 헤이리 판 페스티벌’도 무거운 주제인 예술을 참여라는 이름으로 가볍게 한다. 대중적인 행사와 전문적인 실험예술을 아우르겠다는 것이 이번 판 페스티벌의 지향점이다.

시각예술제와 공연예술제, 헤이리 프린지로 이뤄진 이번 판 페스티벌은 기존 전문가들의 향연으로 다소 무거웠던 예술에 일반 관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20여일 동안 진행되는 행사 중 공연 하나만 제외하고는 모두 무료다.

시각예술제에서 관객들은 ‘캐논 사진교실’을 통해 사진을 직접 찍고 그 자리에서 현상할 수 있도록 했다. ‘카피 북 센터’에서는 학자와 작가의 전유물이었던 책을 단순한 메모, 일기, 경구 등을 관객들이 직접 골라 책으로 만들어보는 과정도 준비됐다. 아이들은 ‘맛있는 아트’ 코너에서 과일로 공작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해 가족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축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번 헤이리 판 페스티벌의 모토는 실험이다. 다양한 예술인들이 모여 사는 헤이리답게 예술 장르의 구별 없는 크로스오버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질적이고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공연으로, 음악으로 또 전시로 펼쳐진다. 전통 클래식 공연에서 살짝 벗어나 클래식과 대중음악이 관객의 감흥과 주변의 분위기에 따라 변주된다.

또 음악에 영상과 그림이 더해지는 마이클 그레이브의 ‘사운드 퍼포먼스’는 어떤 형태의 공연일지 주최측도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 이번 축제에서 유일하게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는 ‘유기농 라이브 915’는 외국의 전통 음악을 토종 한국인이 소화, 한국적 음악을 가미한다. 소울 뮤직을 구사하는 BMK(빅마마킹)를 대표로 탱고의 한국화 ‘라 벤타나’, 라틴음악에 한국적 정서를 담은 ‘카리브’ 등이 공연을 펼친다. 여기에 한국에 ‘하모니카 붐’을 일으킨 전제덕이 특별출연한다.

이 외에도 1970년대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로 불릴 만큼 서민들의 애환을 달랬던 가수 김추자씨를 기념하는 ‘김추자 오마쥬 파티1, 2’, 온라인에서 다운받아 헤이리 구석구석을 작가들과 함께하는 ‘헤이리 매뉴얼 서비스 1.0’, 예술과 자연이 함께하는 야외 조각 전시회 ‘숨은조각찾기’도 마련됐다.

페스티벌의 조주리 기획팀장은 “헤이리라는 마을의 특성은 이질적인 것이 모여 있는 곳이라서 이번 축제도 헤이리의 특색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며 “다양한 장르의 실험적인 예술 잔치인 만큼 새로운 축제를 오시는 분들이 맘껏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추자를 아는 세대와 모르는 세대의 조화, 예술의 가벼움과 무거움의 공존,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예술. “예술을 잘 아는 사람은 아는 대로,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대로 즐길 수 있는 축제 판이 될 것”이라는 주최측의 기대대로라면 이번 가을 헤이리에서 ‘예술 한번 땡겨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