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α' 내세워 1대 4 구도 돌파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예비경선에서 1등을 하고도 웃을 수 없었다. 2등과의 격차가 불과 54표에 그친 신승을 한 탓에 믿었던 ‘대세론’이 꺾일 위기이기 때문이다.
손 전 지사는 이날 “(한나라당에서) 맨손으로 광야에 나왔는데 벌써 1등을 한 것만으로도 감격스럽다”고 했지만, 캠프 분위기는 초비상이다.
손 전 지사측은 적통성 시비와 본선 경쟁력 논란 등을 대세론으로 일소할 생각이었다. 최근 지지도 상승세가 무뎌지고 의원 세 불리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예비경선 압도적 1위’라는 타이틀이 더욱 절실했다. 그러나 이제 다른 후보들의 흔들기가 더욱 심해지고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캠프는 일단 ‘대세론 살리기’에 주력했다. 우선 예비경선 투표 결과를 원 자료까지 모두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우상호 대변인은 “1인 2표제 중 손 전 지사는 1순위 표를, 정동영 전 우리당 의장은 2순위 표와 전북 지역 표를 집중적으로 얻었다는 사실이 공개되면 대세론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불과 4, 5%포인트 차로 앞서는 지지율에 취해 조직 선거 위력을 호락호락하게 본 게 아니냐”는 내부 비판도 나온다. ‘본경선 여론조사 반영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이런 위기감 때문이다.
진짜 관건은 본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꺾을 유일 대안’임을 설득시키는 것이다. 캠프는 이 후보의 ‘경제’에 맞설 ‘경제+α’로 ‘서민 정체성’과 ‘일자리 대통령론’을 내세운다.
실사구시 비전을 통해 한나라당 전력 시비를 돌파하고, ‘우물 안 정체성 논란=대선 필패론’이라는 논리를 강조한다는 복안이다.
또 손 전 지사가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이명박 후보를 당선시키려 작정했느냐”고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비노 진영 선두’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상 ‘1대 4’로 싸워야 하는 불리한 선거 구도와 ‘한나라당 3등 출신’이라는 꼬리표, 대북관ㆍ경제관 등을 둘러싼 철학ㆍ노선 시비 등이 만만치 않은 과제로 남아 있다.
또 이명박 후보가 ‘경제’를 선점한 상황에서 ‘경제 + α’가 얼마나 먹힐지도 회의론이 적지 않다. 손 전 지사가 헤쳐나가야 할 진짜 시베리아 겨울은 지금부터이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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