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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아메리카, 파시즘 그리고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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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아메리카, 파시즘 그리고 하느님'

입력
2007.09.11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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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슨 뢰어 지음ㆍ정연복 옮김샨티 발행ㆍ239쪽ㆍ1만2,000원

미국은 어떤 나라인가. 새삼스러운 것 같지만 냉전종식 이후 유일 초강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우리가 풀어야 할 화두 중 하나이다.

<아메리카, 파시즘 그리고 하느님> 은 청교도가 세운 나라, 미국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는 개신교와 미국의 정치, 경제 간의 관계에 대해 비판한 설교 모음집이다.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자유주의적인 유니테리언 보편구제설 교회 소속 목사인 저자는 미국에서 사는 것을 ‘파시즘 아래의 삶’이라고 규정한다. 저자는 스스로 이 책을 ‘한 이단 목사의 설교’라고 했지만 이는 그의 입장이 좀더 정통에 가깝다는 점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는 노동자의 몫을 강탈해 기업 소유자에게 주는 약탈적인 금권정치가 판치고, 정부와 군대는 세계지배라는 흉악한 꿈에 끌려다니며, 근본주의로 알려진 문자주의 형태의 종교가 이에 이바지하고 있는 것이 미국사회의 세가지 강력한 흐름이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흐름이 미국을 ‘원파시즘(proto-fascism)’에 가깝게 만들어가고 있다는 게 저자의 시각이다.

저자는 신은 이미 죽었으며, 그 시체는 못된 협잡꾼과 선동가들의 손에 놀아나는 꼭두각시가 됐다고 설교하고 있다. “부자에게 세금을 부과해서는 안 된다” “테러리스트를 추적하여 주님의 이름으로 사살해야 한다” 고 공공연히 말하는 보수 개신교 지도자 팻 로버트슨, 제리 폴웰 목사 같은 이가 늘어나는 것이 그 징후라고 한다. 근본주의자들이 미국인에게 종교를 가르쳐왔는데, 근본주의와 파시즘은 놀랍도록 유사한 의제를 갖고 있다. 근본주의는 종교적 파시즘, 파시즘은 정치적 근본주의로 이해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미국인들은 죽은 신 대신에 돈을 섬겨, 자본주의가 신의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고 비판한다. 그 결과 권력은 국민에게서 기업으로 옮겨갔다. 대다수 미국인의 실질임금은 30년 전보다 낮고, 미국은 주요 산업국가들 중 남아공과 함께 전국민 건강보험이 안 돼있는 나라가 됐다. 지금 미국의 20대들은 부모세대보다 더 삶이 나아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해서도 경제적 목적에 필요한 자원을 가진 국가들을 선제공격하는 위험하고 오만한 정책이라며, 1939년 히틀러가 폴란드를 침략한 정책을 되살리는 것이라고 비난한다.

“복음주의 종교가 군사력과 경제적 탐욕을 섬기고 있다.” 이런 진단과 함께 저자는 미국이라는 국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정치보다는 종교를 개심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쁜 행동은 나쁜 나무의 열매이기 때문에.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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