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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좌측보행? 우측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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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좌측보행? 우측보행?

입력
2007.09.11 0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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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 투수를 사우스포(south paw)라고 한다. 야구장은 타자가 동쪽을 바라보도록 설계된다. 보통 경기가 오후에 열리므로 타자가 태양 때문에 눈이 부셔 투수의 빠른 공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애로를 없애기 위해서다.

타자가 동쪽을 향하니 투수는 서쪽으로 공을 던지게 되고, 왼손잡이 투수라면 투구하는 팔이 남쪽에 있게 된다. 여러 통계에 의하면 왼손잡이는 10~15%에 불과하다. 오른손잡이 타자가 대부분이다 보니 그들을 애먹이는 사우스포가 위력을 발휘하게 되었고, 그 반대 이유로 왼손잡이 타자도 늘어나게 됐다.

■노스포(north paw)라는 말이 별도로 있는 것은 아니고, 오른손잡이가 인류의 원칙(?)은 아니지만 대세인 건 맞다. 옛부터 좌측통행이 일반적이었다. 무기를 오른손에 들고 있는 상황에서는 앞에 나타난 미지의 상대를 대적하려면 길의 왼쪽에 붙어 걷는 것이 유리했다(상대도 마찬가지).

걷거나 말을 탔을 경우 오른손잡이라면 무기를 왼쪽에 찼다가 오른손으로 빼어 드는 것이 편하다. 1300년대 초기 로마를 왕복하는 순례자의 행렬이 급증하자 교황은 이러한 습관을 존중해 좌측통행을 선포했고, 지금까지 유럽에선 관행으로 여기고 있다.

■우측통행이라는 말이 생긴 것은 1700년대 미국에서 코네스토가 왜건(conestoga wagon, 서부영화의 포장마차)이 많아지면서부터. 오른손잡이인 마부는 왼편 말 쪽에 앉아야 채찍을 휘두르기 편하고, 앞에서 오는 마차와 바퀴가 부딪히는 것을 감시할 수 있었다.

자연히 모든 마차가 도로 오른쪽을 점유하게 됐고, 1900년대 들어 아예 페인트로 중앙선을 그었다. 좌측통행은 사람(혹은 말)끼리, 우측통행은 마차(나중에는 자동차)끼리 원활한 왕래를 위한 것이었다. 유럽에서도 미국식 대형 마차가 유행했던 프랑스는 우측통행이 일반적이다.

■우리의 경우, 1920년대 자동차가 들어와 사람을 갓길로 내몰면서 '사람은 왼쪽, 차는 오른쪽' 원칙이 생겼다. 사람과 차가 섞인 곳에서 좌측보행을 규정(도로교통법)한 것은 뒤에서 오는 차보다 앞에서 오는 차를 피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가 없는 지하도나 독립된 보도에도 '사람은 왼쪽'을 적용하다 보니 마주 오는 '노스포 보행자'끼리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건교부는 80여년 만에 새 원칙을 만들기 위해 연구용역까지 준다는데, 일률적 규정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보행이 중요한 곳, 차량이 우선인 곳 등 상황에 맞춰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

정병진 논설위원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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