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 2단지에서 아웃렛을 운영하고 있는 패션업체 '마리오'와 산업단지를 관리하는 산업단지공단(이하 산단공) 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사태가 확대될 경우 서울의 대표적인 쇼핑명소로 떠오른 금천패션타운이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산단공 측이 지난달 '마리오아울렛2'에 대해 불법으로 의류를 판매했다는 이유로 입주계약 해지를 일방 통보하자, 마리오 측은 '입주계약 해지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맞대응에 나섰다.
산단공 측은 마리오2가 해당공장에서 생산한 것이 아닌 중국산 제품을 불법으로 판매했고 그밖에도 산업단지의 취지를 해치는 행위를 저질렀기 때문에 입주계약을 해지했다는 주장이다.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마리오아울렛처럼 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아파트형 공장은 판매장 같은 지원시설을 공장 부지의 20%(마리오 입주 당시 30%)만 둘 수 있으며, 판매장은 해당 공장에서 입주한 업체들이 생산한 제품만 팔도록 돼 있다.
그러나 산단공에 따르면 마리오 측은 수 차례 경고에도 불구하고 2001년부터 대형 아웃렛을 통해 타사제품을 판매해왔으며, 또 올 상반기에는 마리오2에서 중국산 제품을 판매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조성태 산단공 홍보팀장은 "제조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산업단지에 상업적인 판매장이 난립해서는 곤란하다"며 "마리오아울렛을 용인할 경우 산업단지 전체가 마치 의류상가로 변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마리오측은 오히려 산단공의 오락가락 행정에 수년간 농락 당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마리오에 따르면 현행 법에 어긋날 수 있는 아웃렛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한 것은 산단공이 불법판매를 양성화하기 위해 '판매장 운용개선 사업'을 추진했기 때문. 실제로 원신사가 운영하는 인근 W몰의 경우 건물 전체를 판매장으로 운영할 수 있게 돼 지금도 성업중이다.
마리오 역시 2005년 9월 마리오1 건물의 30% 내에서 타사상품을 팔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을 산단공과 체결했고, 이를 위해 27억원의 지가 차액금까지 납부했다. 이후 마리오는 이 계약만 믿고 지금까지 마리오1 건물의 30%에 해당하는 규모로 아웃렛 매장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산단공은 지난 6월 갑자기 판매장 운용개선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고 통보해왔고, 마리오가 이에 반발하자 급기야 중국산 제품을 꼬투리 잡아 아예 단지에서 쫓아내려 한다는 것이 마리오 측 설명이다.
또 산단공이 중국산 제품을 무조건 불법으로 규정한 것도 현실을 무시한 법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마리오 관계자는 "거의 모든 의류회사가 국내에서 디자인, 기획 등을 하고 실제 봉제는 값싼 중국라인을 이용하고 있다"며 "적발된 제품도 입주업체가 디자인한 우리 브랜드"라고 해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마리오로서는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홍성열 마리오회장은 "마리오아울렛이 쫓겨날 경우 다른 아웃렛들도 영업을 못할 가능성이 많아 금천패션단지 존립 자체가 위태롭다"며 "입주업체, 인근 아웃렛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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