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달' 9월이 되었다. 그러나 예전 같은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은 아니다. 현대 사회의 가을은 독서량이 줄고, 책이 잘 안 팔리는 계절이다. 봄에는 새 학년이 시작되면서 책을 사는 이들이 늘고, 여름에는 휴가를 떠나면서 책 한 두 권쯤은 챙겨간다. 겨울에는 추운 날씨가 외출을 막아 책을 펴 드는 일이 잦아진다.
그러나 가을은 1년 중 가장 나들이하기 좋은 절기다. 추석 귀성과 단풍놀이에 바쁘다 보면, 책은 저만큼 멀어지게 된다. 책을 많이 읽기 때문에 독서의 달이 아니라, 놀러 다니지만 말고 책도 읽으라는 의미인지도 모른다.
▦ 한국인이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다행히 독서량은 조금씩 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국립중앙도서관 조사에 따르면, 어른은 1년에 평균 12권의 책을 읽는다. 2년 전에 비해 1권이 늘어났다.
학생들도 2004년 조사 때보다 더 읽는다고 한다. 주5일제 근무가 독서에 영향을 주는가라는 물음에는 78%가 아니라고 답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1년에 책 한 권 읽지 않는 어른도 4명 중 1명이나 되었다. 독서는 생활환경의 변화에 좌우되기보다 습관인 셈이다.
▦ 올해는 '독서문화진흥법'이 시행된 첫 해다. 국민의 책 읽기를 법으로 장려하는 것이 어색한 면도 있으나, 정부가 독서하기 좋은 사회환경을 가꾸는 것은 필요하다.
독서는 개인의 내면적 의무이기도 하고, 개인을 넘어 공동체적 희망이기 때문이다. 안방과 거실에 TV 리모콘과 함께 책들이 놓여 있었으면 한다. 접근과 이용이 편리한 도서관이 보다 많이 세워지고, 책 읽기 편하도록 지하철과 버스도 더 밝게 할 필요가 있다.
▦ 독서는 낡은 사상과 경험의 벽을 허무는 곡괭이인 동시에, 헐어낸 자리에 새 집을 짓는 흙손이다. 독서진흥법에 의해 정부는 지금까지의 독서진흥과는 다른 차원의 운동을 모색하고 있다. 국민의 지적 능력과 정서 활동을 북돋기 위해, 책 읽기 운동을 '책 쓰기 운동'으로 확장한다는 것이다.
헬렌 니어링의 저서 <조화로운 삶> 을 보면, 평범한 미국 농부들이 쓴 수많은 책이 인용돼 있다. 경험에서 얻은 지식과 지혜를 담고 있는 그 책들은 참 소중해 보인다. 한국의 농부나 상인 등이 활발하게 책을 쓰는 '집필의 달'까지 탄생할지도 모른다. 조화로운>
박래부 논설위원실장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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