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이 당초 해명과 달리 신정아씨와 이메일을 주는 받은 ‘가까운 사이’였음이 밝혀짐에 따라 신씨의 동국대 교수 임용,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 및 스페인 국제전시회 아르코(ARCO) 큐레이터 선임 과정 등 신씨와 관련된 핵심 의혹에 변 실장이 어떤 식으로든 개입했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신씨를 둘러싼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물음표로 등장한 ‘보이지 않는 손’이 변 실장일 수 있다는 추론에 무게가 실리면서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권력형 스캔들’로 비화할 수 있는 대목들이 많다.
● 국제전시 경험 없이 아르코 큐레이터로
변 실장과 신씨의 친밀한 관계가 드러난 10일 정치권은 신씨와 관련된 새 의혹을 제기했다.
국회 문화관광위 박찬숙 의원(한나라당)은 스페인 아르코 조직위원회의 회의록 자료를 인용, “아르코 조직위가 지난해 9월 주빈국 행사를 총괄한 커미셔너 김모씨에게 국제전시 경험이 없는 신씨의 큐레이터 채용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신씨의 채용에 제3자가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변 실장 주변 인사들은 그 동안 “(변 실장이) 평소 미술에 관심이 많아 국내 미술계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다”고 말해왔다.
● 학력ㆍ나이도 모른 채 비엔날레 감독 추천
신씨를 ‘미술계의 신데렐라’로 확인시켜 준 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 선임 과정도 석연치 않다. 무엇보다 신씨를 감독 자리에 앉히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한갑수 전 이사장과 변 실장의 관계 때문이다.
1993년 한 전 이사장이 경제기획원 차관일 때 변 실장은 과장이었다. 한 전 이사장은 신씨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내부 인사들의 문제 제기를 묵살 한 채 신씨를 예술감독에 무리하게 앉혔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신씨는 감독선정소위 최종 후보 9명 중 상위권에 들지 못했지만 최종 감독에 선임됐다. 후보 중 김승덕 프랑스 디종 컨소시엄 프로젝트 디렉터와 박만우 조선대 미대 겸임교수가 동점을 받아 최종 후보로 압축됐다.
그러나 감독으로 선임된 김 디렉터는 “조건이 맞지 않는다”며 고사했다. 또 이상하게도 최종 후보 2명 중 1명이었던 박 교수를 선정하지 않은 채 위원회는 다시 신씨를 포함한 8명을 재심사해 결국 신씨가 감독으로 결정됐다. 위원들은 막판까지도 신씨가 감독에 선임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한 전 이사장은 “내정만 했을 뿐 이후에 검증하려고 했다”며 “신씨 선임에는 정치권이나 권부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었다. 하지만 변 실장이 신씨와 특별한 관계 였다는 점이 드러난 이상 한 전 이사장과 변 실장의 관계가 새삼 부각될 수밖에 없게 됐다.
● 예일대 가짜 학위 의혹에도 교수 임용
변 실장은 신씨 학력 위조 의혹이 처음 불거진 동국대 교수 임용 과정에 우선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동국대는 7월 20일 브리핑을 통해 신씨 채용이 “홍기삼 전 총장의 무리한 업무추진 과욕 때문에 빚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변 실장은 신씨가 교수로 임용된 2005년 이전부터 서로 친밀하게 지낸 사이였다.
조계종 관계자는 “청와대 불교 신자 모임인 청불회 회장인 변 실장은 동국대 등 불교계 인사와 교분이 깊었다”고 전했다. 변 실장은 노무현 대통령을 수행해 과테말라에 머물던 7월8일 ‘친구’를 통해 신씨의 학력 위조 의혹을 폭로한 장윤 스님에게 ‘신씨 문제’를 다시 한번 부탁했다.
이현정 기자 agada2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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