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공포에 시달리던 일본이 마침내 ‘지진 예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진의 속성상 예보가 불가능하지만 단 몇 초라도 빠르게 소식을 전하겠다는 시도라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있다.
일본 기상청은 10월 1일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긴급지진속보’를 시작한다. 2004년부터 시험 운용해 온 속보제는 한마디로 대지진이 닥치는 시간과 규모 등을 시민들에게 미리 알려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지진은 미동인 P파와 커다란 흔들림을 동반하는 S파로 구성된다. 긴급지진속보는 종파인 P파(초속 약 7㎞)와 횡파인 S파(초속 약 4㎞)의 속도 차를 이용하는 것이다.
일본 전국 1,000여개 지점의 관측소에서 포착한 P파를 일본 기상청이 컴퓨터로 분석해 S파의 규모와 도달시간을 해당지역에 신속하게 전해주는 것이다. 일본 기상청은 ‘진도 4’ 이상의 흔들림이 발생하는 지역에 수초전 혹은 수십초전에 분석 데이터를 통보하게 된다.
일본 기상청의 긴급지진속보는 지난해 철도 건설현장 병원 등에서 시험적으로 운용된 바 있다. 비록 수초에서 수십초의 짧은 시간이지만 지진 대비에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수술 중 지진 속보를 받고 환자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지난해 8월의 미야기(宮城)현 앞바다 지진(리히터 규모 7.2)과 3월의 이시카와(石川)현 노토(能登)반도 지진(리히터규모 7.0)에서 각각 14초와 5초 전에 예보가 이루어져 일본 사회를 흥분시켰다. 진도는 지진의 강도를, 리히터는 지진의 규모를 나타내는 단위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진속보는 지방자치단체와 TVㆍ라디오, 정보배신서비스 회사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특히 공영방송인 NHK는 10월 1일부터 전국적인 속보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NHK는 기상청의 속보를 받은 후 1초안에 문자와 지도 설명을 곁들여 방송하는 시스템을 갖추었다. 또 최근 기업에서 관련 상품을 속속 개발하는 등 지진예보는 상업화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물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예보 시간이 너무 짧다는 것과 지하에서 이루어지는 직하형 지진의 경우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 지진속보가 자칫 사회적 패닉 현상을 일으켜 2차 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간토(關東)대지진이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일본 사회는 지진 예측이라는 세계에서도 유래가 없는 자신들의 도전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모습이다. 지진의 나라 일본이 꿈꾸어왔던 지진예측이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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