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흥 출신의 이대흠(40) 시인과 전북 완주가 고향인 국문학자 김규남(45)씨가 나란히 남도 사투리의 매력을 발산하는 산문집을 내놨다.
최근 전라도 토속어의 진경을 보여주는 장편 <청앵> 을 첫 소설로 내놓기도 했던 이씨는 <이름만 이삐먼 머한다요> (문학동네 발행)의 1부에 호남 곳곳을 돌며 채록한 방언들을 생생하게 살려냈다. 초면의 면구스러움에 아랑곳않고 넉살좋게 말을 붙이는 그에게 사람들은 질박한 사투리로 화답한다. 이름만> 청앵>
이씨가 이웃사촌의 조카임을 안 일흔한 살 ‘대치 아짐’은 “데차나(과연) 그 집 물색임마. 낫낫하니 징하게 좋구마이!”하고 반가워하고, 22년 터울의 칠남매를 둔 할머니는 금슬이 좋은 모양이라는 시인의 농에 “금술이 좋았능가 어쨌능가 몰라. 만둘잉가 싯잉가에 막내를 났어”라고 대꾸한다. 한 독거 노인은 돌아서는 이씨에게 “말만 시게줘도 엄만디, 말벗해줘서 고맙다고라”고 말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이씨는 또 양친이 거주하는 고향 장흥에서의 일화들을 ‘수동떡(수동댁, 모친의 택호)집 사람들’이란 제목의 2부에 묶었다. 팔남매인 이씨 형제들이 추석 때 고향을 찾고, 부모님의 금혼식을 치르는 모습이 구수한 사투리와 어우러져 정겹다. 사라져가는 대가족의 풍경과 함께 남도 고유의 풍속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전라도만의 독특한 표현을 정리하며 시인 나름의 문화적 분석을 곁들인 3부에선 남도에 조정래, 이청준, 문정희 등 걸출한 문인이 많은 이유를 남도 사투리가 지닌 언어적 상상력으로 설명한 글이 눈길을 끈다.
김씨의 <눈 오는 날 싸박싸박 비 장감장감> (문학동네)은 학자의 글답게 좀 더 분석적이다. 이 책엔 일상생활(1, 2부), 주민 인터뷰 및 민담ㆍ민요(3부), 문학작품(4부)에 담긴 전라도 사투리의 형성 과정, 용례 등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눈>
하지만 저자의 관심은 단순히 ‘국어사전적’인 수준을 뛰어넘는다. 그는 “방언은 삶의 도구이며 사회문화적 자원”이라는 인식 하에 전라도 토속어의 저변에 깔린 사회문화적 속성을 포착하려 한다. 일례로 전라도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말 끝에 붙이는 ‘-잉’에 대해 김씨는 “표준어로 바꿀 수가 없는 말”이라고 단언한다.
외지인들은 이 말투를 미온적인 태도, 협박(“까불면 재미없어잉”), 채근(“빨리 좀 와라잉”) 등 부정적 뉘앙스로 해석하지만, 사실 ‘-잉’엔 자기 감정을 살갑게 드러내며 상대의 공감을 구하는 호남적 정서가 녹아있다는 것. ‘싸박싸박’ ‘서나서나’ ‘장감장감’ 등 느긋함을 표현하는 부사가 많은 것은 드넓은 평야의 땅 전라도의 여유와 관계 깊다고 김씨는 설명한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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