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3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한 '30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삼성생명에 전화를 하면 직원이 직접 찾아와 대출계약을 해준다.
지난 주 이 상품의 출시가 예고됐을 때, 금융계에는 조그마한 파문이 일었다. 눈여겨본 사람이라면 '와!', '드디어!'라는 감탄사가 나올 만했다.
주택담보대출 받아놓고 나날이 치솟는 금리에 마음 졸이는 사람들에게 '30년 동안 금리(최저 6.5%~최고 7.45%) 오를 걱정 없는' 대출은 의미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집을 투기 목적인 아닌 평생 살아갈 보금자리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특히 기쁜 소식이다.
인터뷰 요청에 사무실에서 이런저런 참고 자료들을 잔뜩 챙겨서 나온 삼성생명 소매금융사업부 최창희(사진ㆍ37) 과장. 이 상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설계ㆍ출시에 앞장선 담당자다.
민간으로서는 최초의 이번 상품을 내놓게 된 배경을 물었다. 비슷한 상품은 주택금융공사가 내놓은 것이 유일하다. "시기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차분한 답변이 돌아왔다.
국내 출시된 주택담보대출은 나날이 금리가 출렁이는 변동금리 상품이 90% 이상. 가계부담과 금융시장불안의 한 요소가 되고 있음은 당연하다. 금융당국도 변동금리에 대한 불이익, 고정금리에 대한 이익을 표명하며 금융권을 압박하고 있다. 결국 그가 첫 테이프를 끊은 것이다.
은행의 전공인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보험사가 앞장서야 하는 현실. "은행들의 직무유기 아닌가"라는 질문에 그는 "오히려 보험사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유동성이 크고 단기자금이 대부분인 은행은 장기 고정금리가 큰 부담이지만, 수십년 가량 꾸준한 장기자금으로 형성된 보험사는 더 없이 좋은 조건이라는 것.
그는 한국은행 등 여러 보고서를 내보이며 주택저당증권(MBS) 시장 규모가 적은 우리 나라는 은행들이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내놓을 환경이 못 된다고 설명했다.
최초의 상품을 출시하는데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그는 "많이 몰려도 '이자를 너무 낮게 책정했나?'하는 불안감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30년짜리 금융상품을 만든다는 것은, 30년 뒤 성장률 인플레 이자율 등 경제전반에 대한 어느 정도 예측이 있어야 가능하다. 선진국은 30년짜리, 50년짜리 국채가 발행되는데 우리나라는 20년짜리조차 드문 것 역시 같은 이유다. 30년 만기 고정금리 대출상품의 등장은 그래서 더욱 의미를 지닌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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