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융계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가 10월 말 임기를 앞둔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연임 여부다.
섣불리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현재까지는 연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행장추천위원회가 강 행장에 우호적인데다, 마땅한 경쟁자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도 그의 연임을 점치게 하는 이유다.
'강 행장의 연임은 안 된다'며 강력한 배수진을 치고 있는 국민은행 노조의 움직임도, 사실상 강 행장의 연임이 기정사실화한데 따른 반발로 비춰지고 있다.
최근 강 행장의 행보에서도 연임에 대한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외국인 투자기업 초청 세미나(8월29일), 중국 진출기업 CEO 간담회(30일), 금융자산 30억원 이상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뱅킹 센터 개점식(31일) 등 연일 대외 행사에 참석했다. 이 달 3일에는 현지은행과의 제휴를 위해 직접 스페인 출장 길에 올랐다.
그간 대외 활동에 다소 소극적이었던 행보와는 대조적이다. 최근 김기홍 수석부행장의 입을 빌려 "지주회사 전환을 공식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을 한 것도 그의 연임에 무게를 실어주는 대목이다. 금융계 안팎에서는 "내부적으로 연임이 확정됐기 때문에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여기저기 적신호도 켜지고 있다. HSBC의 외환은행 인수 합의 발표는 적잖이 그를 당혹스럽게 했다.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본계약까지 체결한 상태에서 물러섰던 강 행장으로서는 무릎을 칠 수밖에 없다.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적어도 당장 코 앞에 닥친 연임 결정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다. 노조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노조는 "강 행장 임기 3년 동안 국민은행이 실적 악화에 처했지만 정작 본인은 막대한 스톡옵션을 챙겼다"며 연임 저지를 위한 총력 투쟁을 선포했다. 대세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노조를 안고 가야 할 강 행장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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