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Weekzine Free/ "메르데카!" 메아리로 들썩들썩…말레이시아는 축제중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Weekzine Free/ "메르데카!" 메아리로 들썩들썩…말레이시아는 축제중

입력
2007.09.11 02:35
0 0

푸른빛 바틱(말레이시아 전통의상)을 입은 여인들이 지나간 뒤, 전신을 흑빛 차도르로 감싼 여인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노천 카페 앞을 지나가는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은 인도계다. 일행 중에 이마 한가운데 검은 점을 찍은 여인이 보인다. 거리 곳곳 우리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들은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아시아를 경험하러 온 푸른 눈의 외국인들은 이곳을 이렇게 부를 것이다. 아시아의 미니어쳐라고. 독립기념일 축제가 한창인 말레이시아의 수도 콸라룸푸르의 밤은 다양한 인종들이 빚어내는 형형색색의 빛깔로 거리 곳곳 아우성이다.

8월 31일 메르데카(말레이시아어로 독립을 뜻한다) 데이는 1957년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기념하는 날.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처럼 이 나라도 450년간 네덜란드, 포르투갈 등 열강의 지배를 받았고 130년간 영국의 식민지였다.

올해는 독립 50주년을 맞아 8월 31일을 전후로 약 한 달 간 축제가 계속되며 일년 내내 기념 이벤트가 가득하다. 말레이시아인이 60%, 중국계가 30%, 인도계가 7%(기타 3%)인 다인종 국가라 다양한 문화가 뿜어내는 입김만으로도 도시 전체가 후끈하다.

눈만 빼고 온몸을 검은 천으로 감싼 여인들을 이곳 사람으로 착각하지 말 것. 중동에서 여름휴가를 보내러 온 무슬림이다. 콸라룸푸르는 중동의 엄격한 무슬림들에겐 산소같은 곳, 문화적 해방구다. 이곳 무슬림들은 다른 종교에 배타적이지 않다. 중국계나 인도계에겐 자신들이 금하는 술, 도박을 허용한다. 베일에 갇혀 있던 아랍 여인들은 자유를 쇼핑한다.

이곳을 찾는 중동 사람들을 위한 여름시즌 세일 축제도 마련돼 있다. 메가 세일 카니발(Mega sale carnival)은 해마다 여름에 열리는 상업적 목적의 쇼핑 축제다.

겨울엔 이어 엔드 세일 카니발(Year end sale carnival)이 있다. 컬러 오브 말레이시아(Colours of Malaysia)라는 다인종 축제, 하리라야(Hari Raya Aidilfitri Celebration)라는 이슬람 축제, 타이푸삼(Thaipusam festival)이란 힌두 축제도 성대하다.

물론 중국계를 위한 새해맞이 축제(Chinese new year celebration)도 있으며 해마다 4월엔 F1 그랑프리(Petronas Malaysian F1 Grand Prix)가 있어 카레이싱 펜들을 들뜨게 한다.

‘말레이시아의 눈’(도심 한가운데 있는 대형 회전관람차)을 통해 내려다 본 콸라룸푸르의 밤은 일상에 밀려 가슴 저편 심연에 접어둔 무언가를 건드린다. 1인당 15링깃, 합해서 60링깃(RM. 말레이시아 화폐 단위)이면 4인분의 로맨틱한 일탈을 살 수 있다. 호수 건너 450m 페트로나스 쌍둥이 빌딩이 그려내는 스카이라인은 당당하다 못해 아름답다. 동남아인을 내려다보는 대한민국의 눈을 생각해보면 얼굴이 붉어지지 않을 수 있을지.

마침내 그날 31일의 아침이 밝아왔다. 밤새 손님으로 북적이던 노천카페의 의자에 햇살이 번져오고, 도로는 차량 대신 인파로 가득 찰 무렵 “메르데카, 메르데카” 하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우리나라로 치자면 대한독립 만세! 전투기의 공중곡예, 헬기의 고공 행렬, 형형색색의 퍼레이드와 깃발들, 해외에서 온 축하사절, 언론의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다. 50년 전 이 나라의 새날을 축하하는 또 다른 새날이 열렸다. 축제가 시작됐다.

■ 여행 수첩

▲ 말레이시아 항공과 대한항공이 인천에서 콸라룸푸르 노선을 매일 운항하고 있다. 6시간30분 정도 소요. 랑카위는 직항편이 없어 콸라룸푸르를 경유해 말레이시아 항공으로 1시간 정도 가면 된다.

▲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국가이므로 왼손 사용과 검지로 방향을 가리키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방향을 가리킬 때 보통 주먹을 쥔 채 엄지를 사용한다. 여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도 결례.

▲ 우리나라 세 배 면적에 인구는 우리 반 밖에 안되며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활수준이 높다. 러시아워땐 교통체증이 심하고 물가도 높은 편.

▲ 연중 무더운 열대성 기후로 21~32도. 우기는 11월~1월 사이지만 수시로 스콜이 내린다.

▲ 화폐는 링깃(RM). 1링깃은 270~280원. 미화 1달러는 3.4 링깃 정도 한다. 말레이어와 중국어가 통용되지만 영어도 거의 공용어처럼 쓰인다. 영국의 영향으로 차량은 좌측통행을 한다.

콸라룸푸르(말레이시아)=윤정민기자 quaj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