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와 LG텔레콤이 영상통화 서비스를 둘러싸고 정면으로 격돌했다. 정통부가 LG텔레콤의 영상통화 서비스인 '리비전A'를 3세대 이동통신으로 보고 010 번호 사용을 강조하자마자, LG텔레콤은 11일부터 019 번호로 리비전 A서비스를 시작하겠다며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
유영환 신임 정통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갖고 "010 번호 통합정책은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만큼 LG텔레콤의 리비전A도 010 번호 통합정책을 따라야 한다"면서 "LG텔레콤이 단기적으로 힘들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만큼 충분히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LG텔레콤은 유 장관의 발언이 나온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정통부와 정반대 방침을 내놓았다. 장관의 발언이 알려지자마자 LG텔레콤은 "11일부터 리비전A 서비스를 019 번호로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영상통화의 경우 10초당 30원으로 규정한 영상전화 이용자 약관도 이날 정통부에 신고했다.
LG텔레콤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개발한 영상통화 휴대폰 2종을 11일부터 내놓고 서울 및 수도권, 광역시 등 32개시에서 리비전A 서비스를 시작하며 10월 말까지 전국 84개지역에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휴대폰도 연말까지 5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LG텔레콤은 리비전A가 기존 음성통화망을 사용하므로, 신규가입절차를 밟거나 요금제를 변경하지 않고 휴대폰만 구입하면 영상통화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새로 통신망을 설치하는 신규 서비스가 아닌 만큼, 번호도 019로 시작되는 기존번호를 그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업계는 그 동안 리비전A의 식별번호를 놓고 019 유지를 주장하는 LG텔레콤과, 자신들의 영상통화서비스 '쇼'처럼 010으로 시작하는 새 번호를 써야 한다는 KTF가 첨예하게 맞서왔다.
사실 이동통신의 식별번호 사용을 규정한 정통부 번호세칙에 따르면 2㎓ 주파수대를 사용하는 신규 서비스의 경우에 010 번호를 부여하도록 돼 있다. 이 대로라면 LG텔레콤의 리비전A는 기존 음성통화와 동일한 1.8㎓ 주파수를 사용하므로, 정통부도 010 번호사용을 강제할 수 없다.
따라서 정통부가 LG텔레콤의 리비전A에 010 번호 사용을 요구하려면 규정을 바꿔야 하며, 현 단계에선 LG텔레콤의 019사용강행을 막을 방법이 없다.
그렇다고 정통부가 이제 와서 규정을 바꾸는 것도 문제다. LG텔레콤이 리비전A 서비스 계획을 발표한 것은 지난해 7월. 1년여를 그냥 흘려보내다가, 뒤늦게 이용자 편익운운하며 번호세칙을 바꾸겠다는 주장도 쉽게 납득하기 힘들다.
010 통합정책을 외면하는 LG텔레콤도 문제지만, 주파수에 의존한 번호통합 정책으로 문제소지를 만든 정통부에 원죄가 있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정통부로선 010 번호통합정책의 실효성을 통해, 번호세칙을 바꾼다는 입장이다. 유 장관도 그런 입장을 시사했다. 이렇게 되면 LG텔레콤의 리비전A도 결국은 010 식별번호를 따라갈 수 밖에 없다.
이 경우, 019번호로 리비전A 서비스에 가입한 사람들까지 소급 적용해야 하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LG텔레콤 관계자는 "우리로선 막판까지 몰린 입장이어서 배수진을 친 것"이라며 "이용자들을 우선한다면서 정통부가 소급 적용까지 고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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