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 를 비롯한 수많은 아름다운 동화를 남긴 안데르센. 하지만 그는 사실 어린이를 싫어했고, 평생을 성 정체성에 대한 혼란과 고독 속에 살았다. 올해 최고 권위의 유럽연극상 수상자인 캐나다 연출가 로베르 르파주(50)가 안데르센의 어두운 삶을 담은 연극을 들고 한국에 왔다. 안데르센 탄생 200주년이었던 2005년, 덴마크 정부의 의뢰로 만든 작품이다. 인어공주>
“안데르센의 작품이 아니라 어둡고 고독했던 그의 인간적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연극에서 안데르센은 별로 나오지 않습니다. 다른 등장 인물을 통해 그의 복잡한 면모를 표현했습니다.” 2003년 그의 연극 <달의 저편> 이 공연된 적이 있지만 직접 내한한 것은 이번이 처음. 그는 “연극을 하기 전 지리학을 공부한 것이 많은 영향을 미쳤다. 여행을 하면서 접하는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에게서 가장 큰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달의>
르파주는 최근 세계 연극계에서 가장 떠오르는 이름이다. 예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담보하는 그의 이름은 장르의 경계도 가뿐히 넘는다. ‘태양의 서커스’의 블록버스터 쇼 를 연출했고, 3년 후에는 바그너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시리즈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올린다. 내년에는 9시간짜리 연극 <립싱크> 를 내놓는다. 립싱크> 니벨룽의>
그는 필름, 슬라이드, 라이브 비디오 프로젝션 등 각종 기계장치를 이용한 신비로운 시각적 연출 속에 철학적 메시지와 감성을 담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르파주는 “수많은 장비를 활용하는 것은 결국 이야기와 인물을 잘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기술이 연극의 적이라고 하는데, 사실 기술이야말로 연극의 출발점입니다. 사람들은 불을 발견하고, 그 주위에 둘러앉아 불이 만들어낸 그림자 속에서 상상력을 키워나갔죠. 그것이 연극의 시작이 아닐까요.”
르파주의 독특한 상상력을 만끽할 수 있는 <안데르센 프로젝트> 에서는 안데르센의 동화를 오페라로 각색하기 위해 파리를 찾은 캐나다 예술가, 오페라 극장의 디렉터, 모로코 이민자 청소부, 그리고 안데르센, 이 네 사람의 이야기가 맞물린다. 배우 이브 자크가 모든 역할을 소화한다. 공연은 9일까지 LG아트센터. (02) 2005-0114 안데르센>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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