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공공의 적'처럼 간주된다. 특히 HSBC와 외환은행 매각에 전격 합의하면서 국민들의 분노도 커졌다. 정부도 국민도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론스타를 몰아 부친다. 저속한 표현을 빌자면, "국내에서 배만 불려서 먹고 튄다"는 것이다.
론스타가 국내에서 비판을 받는 데는 충분히 타당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단지 반(反) 외국자본 정서에 기댄 오해도 적지 않다. 론스타가 욕 먹는 이유, 그 진실과 오해를 짚어봤다.
하나. 엄청나게 배만 불렸다
론스타는 정통 금융기관이 아닌 사모펀드다.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에게 자금을 받아서 일정 수익률을 목표로 공격적으로 돈을 굴리는 곳이다.
그것도 최대한 빠른 시일안에. 외환은행 투자로만 4년여간 5조3,000억원 이상의 차익을 남긴 것이 분명 배 아플 수는 있지만, 차익을 남기는 건 그들의 임무다. 차익이 많다는 이유로 문제 삼는다면 애초 사모펀드를 불러들이지 말았어야 했다. 단, 차익실현이 불법성 여부는 별개 문제로 남는다.
둘. 세금을 안 낸다
많은 국민들은 이 때문에 론스타에 눈을 흘긴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물론 론스타가 세금을 아예 내지 않는 것은 아니다. 론스타는 벨기에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서 외환은행을 사들였다. 벨기에와 우리나라의 조세조약에 따라 유가증권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거주국(벨기에)에 과세권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지만, 대신 벨기에에 세금을 낸다. 물론 벨기에의 경우 세율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낮음은 말할 것도 없다. 뉴브리지캐피탈(제일은행), 칼라일(한미은행), 골드만삭스(진로) 역시 이런 식의 방법을 동원했다.
하지만 만약 론스타의 한국법인인 론스타코리아가 고정 사업장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내에서 고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한 것인 만큼 국내에 세금을 내야 한다. 국세청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다.
셋. 외국계 은행에 넘겼다.
기왕이면 국내 은행이 사들였으면 좋겠다는 국민들의 바람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역시, 외국 자본은 안돼"라는 비난이 빗발친다. 하지만 론스타 입장에서는 투자금을 빨리 회수해 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
감독 당국과 국민 정서의 눈치를 보며 미적거리는 국내 은행들이 인수 의사를 밝힐 때까지 기다리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더구나 국내 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것이 국익에 더 도움이 된다고 단정할 근거도 사실은 미약하다.
넷. 범법자다.
가장 본질적인 문제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불법적으로 헐값 매입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그에 따르는 마땅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론스타도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게 된다.
하지만 아직 재판이 진행중이다. 결과를 속단할 수 없다. 실질적으로 줄 수 있는 페널티가 무엇이 있는지도 아직 불투명하다. 또 이 사건의 형사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된다면 정부 또한 론스타의 공범이 된다. 정부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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